사설/ 정치인 김종필 타계와 보수 정치의 나아갈 길
사설/ 정치인 김종필 타계와 보수 정치의 나아갈 길
  • 시정일보
  • 승인 2018.06.28 13:06
  • 댓글 0

[시정일보]한국정치사의 큰 인물인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지난 23일 92세의 일기로 타계했다. 3김(김영삼(YS) 김대중(DJ) 김종필(JP)) 마지막 생존자인 그가 퇴장했다.

김 전 총리는 우리 현대 정치사의 영(榮)과 욕(辱)을 함께 한 수식어가 붙는다.

그의 공과를 두고도 크게 엇갈리는 평가가 나온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5.16쿠데타에 가담하면서 정치를 시작했다. 그는 필생의 라이벌 YS, DJ와 달리 권력의 정점까지는 가지 못했지만 한국정치사의 영원한 훈수자로 일세를 풍미했다.

그의 손에 의해 창설된 중앙정보부가 군사독재 내내 민주주의를 압살하는 것을 막지 못한 것도 JP의 과오(過誤)에 속한다. 그것은 그가 떠나는 길에도 마음의 큰 상처와 짐으로 남을 것이다. 한·일 수교로 산업자금을 마련하고 막혔던 양국 간 외교의 문을 열었다고 하지만 당시 굴욕외교는 지금까지 한·일 양국 간의 사이는 물론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고인에 대한 정부의 훈장 추서 방침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런 평가를 반영한다. 민주화 운동에 헌신한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달리 군사쿠데타로 민주주의를 지체시켰다는 평가에서다. JP는 병실에 들어가기 전, 국회 장(葬)을 원하고 추진했던 것으로도 알려진다. 그 또한 뜻을 이루지 못하고 가족장으로 치르게 됐다.

JP는 근대화를 이끈 ‘보수원조’를 내 세웠지만 정권 교체를 위해 민주화를 이끈 YS, DJ와도 기꺼이 손을 잡았다. 하지만 번번이 도중에 결별하면서 그의 정치의 결은 생각과 달리 벗어나고 있었다.

JP는 교양 있는 언어로, 때로는 쉬운 일상 언어로 반대자들이 무릎을 치게 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수사(修辭)의 대가로 기억한다.

‘정치는 허업(虛業)’이라고 했다. ‘기업은 노력한 만큼 과실이 생기지만 정치는 과실이 생기면 국민에게 드리는 것’이라는 뜻이다.

오늘날 여야가 서로를 향해 악담과 막말을 주고받는 삭막한 정치판에 새겨볼만한 여유의 촌철살인(寸鐵殺人)이다.

운정(雲庭), 곧 구름이 머무는 뜨락이라는 아호처럼 고인은 예술을 아는 정치인이기도 했다. 그가 남긴 언어는 현실정치에 품격으로 되돌아보는 기회가 돼야 한다. 지금 이 나라의 보수는 국민의 보수가 아니라 자신들의 보수가 됐다. 틈이 나면 균형을 잃고 막가파식의 정치를 일삼는다. 과격한 운동권 전형의 시위방법이 보수에서 여과 없이 전용된다. 남북의 대화무드가 익을 무렵 북한으로 가는 길목에 보수국회의원이 길에 눕는 참혹한 현상도 국민은 목격했다.

국민이 아는 보수는 여유로움과 설득의 고수들로 믿고 있다. YS, DJ를 이어서 정치인 JP도 떠나갔다. JP가 우리 정치사에 남긴 흔적은 좌우 날개를 가진 균형의 정치를 추구했다. JP가 남긴 흔적은 여러모로 보수의 교과서다. 물론 다른 평가도 있지만 좋은 교과내용만 기억하고 교훈으로 삼길 바란다. JP는 “영원한 승자는 마지막까지 남는 자이다”고 했다. 3김 중 마지막으로 퇴장한 그는 3김 중 최후의 승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