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민적 합의에 따른 엄격한 대체복무제로 병역기피 차단해야
사설/ 국민적 합의에 따른 엄격한 대체복무제로 병역기피 차단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8.07.05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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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헌법재판소는 28일 종교적 신념이나 양심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한 사람을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합헌 결정을 했다.

헌재는 이날 병역법 88조 1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해달라며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법원이 낸 헌법소원·위헌법률심판 사건에서 합헌 4명, 위헌 4명, 각하 1명의 재판관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하지만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종류로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 제5조는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또한 헌재는 2019년 말까지 대체복무제를 병역의 일종에 포함하는 방향으로 병역법을 개정하라고 판시하고, 대체복무제가 규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한다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헌재 결정으로 인해 기존의 병역 거부 처벌 판결은 효력을 유지하게 됐지만 결국 신념이나 종교에 따른 병역 거부의 정당성을 인정했다. 이로써 국회는 내년 말까지 병역법을 고쳐 군복무 대신 병역 의무를 이행할 수 있도록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헌법의 국민개병제 정신이 훼손되지 않도록 하면서 악용 우려를 불식시키려면 대체복무를 일반 군역보다 더 엄격하게 국민적 합의를 거쳐 설계해야 한다. 특히 이번 논쟁의 가장 기본적인 용어인 양심적 병역거부라는 표현 자체부터 바꿔야 한다.

병역을 거부하며 내세우는 종교적 신념이 양심적 병역거부라면 국민의 4대 의무중 하나인 병역의 의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대다수의 건장한 청년들은 비양심자라는 말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헌재가 이날 위헌 여부를 판단한 것은 병역법 5조와 88조였다. 병역법 88조(입영의 기피 등) 1항은 ‘현역입영 또는 소집 통지서(모집에 의한 입영 통지서를 포함한다)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일이나 소집 일부터 다음 각 호의 기간이 지나도 입영하지 아니하거나 소집에 응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번에 헌재가 양심적 병역거부 처벌을 둘러싼 논란은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현행법과 양심적 병역거부가 '정당한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해석에서 비롯된 문제라고 분명히 판단한 것이다. 그동안 이 조항에 따라 처벌된 사람은 2만여 명에 이르며 그중 99%가 특정 종교의 신도들이다.

정부와 국회는 병역 의무에 대한 국민의 부담이 균형을 잃는다면 우리 사회의 원칙과 안보의 규율은 근간부터 흔들리게 된다는 사실을 직시, 신성한 국방의 의무라는 보편적 가치가 훼손되지 않으면서도 대체복무자들이 떳떳하게 우리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형평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엄격한 대안을 마련해 대체복무제로 인한 병역기피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