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칼럼/ 치매안심마을 조성, “우리는 용산가족입니다”
단체장칼럼/ 치매안심마을 조성, “우리는 용산가족입니다”
  • 성장현 용산구청장
  • 승인 2018.07.12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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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현 용산구청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시정일보] 타인의 화단에서 꽃을 훔친 70대 노인. 경찰에 잡힌 그는 ‘어머니께 꽃을 갖다드리려 했던’ 치매환자였다. 90대 노모를 모시고 사는 노인은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생활형편 또한 좋지 않았다. 노인은 절도혐의로 불구속 입건됐고, 모자의 사정을 들은 경찰이 어버이날 카네이션 바구니와 식료품을 전달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물론 피해가 크지 않아 선처 받을 가능성이 크다는 경찰 관계자의 멘트도 잊지 않았다. 5월15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던 기사다.

100세 시대를 넘어 이제는 110~120세 시대를 이야기한다. 초고령화 사회로의 진입을 눈앞에 둔 상황에서 치매환자 또한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다. 용산구만 하더라도 지난해 12월 기준 전체 인구의 16%(4만8000여명)가 65세 이상 어르신으로, 10년 후에는 24%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치매노인을 돌보는 배우자나 자녀 또한 고령화 돼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노(老)-노(老) 케어시대가 머지않았음을 의미한다. 앞선 기사를 단순하게 미담기사로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치매. 사전적 의미로 뇌 신경세포가 손상되면서 장애가 생기는 질환이다. 노인에게 가장 흔하게 나타나며, 진행성으로 지능ㆍ학습ㆍ언어에 이르기까지 인지기능이 떨어져 일상생활이 거의 불가능해진다. 긴 병에 효자 없다고 가족 중에서 한 사람이라도 치매환자가 있으면 형제간에 등을 지고, 때로는 가정이 파탄 나는 경우를 많이들 보았다. 한 사람의 인생뿐만 아니라 가족 모두가 정말로 많은 고통을 겪게 된다.

개인이 행복해야 가정이 행복하고, 가정이 행복해야 사회가 행복해진다. 우리 용산구는 용산의 모든 부모님이 내 부모님이라는 생각으로 어르신 복지에 심혈을 기울였다. 치매지원센터를 통해 치매조기검진에서부터 치매인식개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업을 펼쳐왔으며 서울시 치매관리사업 평가에서 6년 연속 우수구로 선정됐다. 치매예방정책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또한 서울시에서 유일하게 80병상이 넘는 구립노인전문요양원을 2곳에서 운영 중이다.

여기서 멈출 수는 없었다. 정부는 2030년까지 국내 치매인구가 127만명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대책이 필요하다. 기존 요양시설이 통제와 격리 위주로 운영되다 보니 많은 문제점이 지적돼 왔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우리 용산구가 3년 전부터 준비해온 사업이 (가칭)치매안심마을이다. 양주에 위치한 옛 구민휴양소에 치매안심마을을 조성하기로 타당성 연구용역에 들어갔다. 결과를 바탕으로 세부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이후 서울시 투자심사를 거쳐 2022년까지 치매마을을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치매안심마을은 제과점과 미용실, 커피숍까지 다양한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서며, 요양보호사를 비롯한 전문가가 직접 판매를 하면서 어르신들의 증상을 확인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전문 요양 보호사와 치매환자가 함께 텃밭도 가꾸고, 문화도 즐기는 등 일상생활을 누리면서 치료를 병행할 수 있는 마을인 셈이다.

문재인 정부 역시 치매가족의 고통을 국가가 책임을 지겠다는 ‘치매 국가 책임제’를 공약한 만큼, 용산 치매안심마을은 국가와 서울시 예산의 지원을 받아서 운영할 계획이다. 용산에서 시작한 치매안심마을이 성공적인 한국형 사업모델로 성장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는 물론 구민들의 적극적인 관심과 응원을 기대해본다. 치매환자도 햇빛을 보고, 바람도 쐬고, 땅도 밟고 다니면 얼마나 좋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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