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지동 세계 귀금속시장 허브 날갯짓
예지동 세계 귀금속시장 허브 날갯짓
  • 시정일보
  • 승인 2006.11.30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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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귀금속 보석 클러스터 조합 출범
=세운상가 개발 맞춰 클러스터 설립 추진
=시장-소비자 ‘상생’…세계적 상권 도약

정부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산업에서 귀금속·보석이 차지하는 비중은 4.5%에 이른다. 이는 냉장고 같은, 이른바 백색가전 산업을 상회하는 규모로 연간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는 그러나 귀금속·보석 산업에 대한 정부의 인식은 매우 인색했다. 사치를 조장한다는 게 그 이유였다. 그도 그럴 것이 조선시대까지만 해도 금광(金鑛)은 정부소유였다. 백성은 함부로 금을 보유할 수도 없었다. 이런 인식의 연장 탓에 귀금속보석 산업은 정부의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서울귀금속보석클러스터조합(이하 클러스터조합) 양배홍 상임위원은 “정부가 귀금속·보석 산업을 지식기반의 국가주요산업으로 인식하는 등 관심을 가진 게 불과 1, 2년 안팎이다”고 말한다. 실제로 2006년에야 재정경제부가 귀금속산업 육성정책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서울 신산업업종에도 패션, 인쇄와 함께 귀금속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정세균 산업자원부장관도 지난 11월6일 열린 서울귀금속보석클러스터조합 출범식 때 ‘귀금속·보석 산업은 디자인과 기술이 어우러져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도시형 수출유망산업으로 무한한 발전가능성과 잠재력을 지닌 산업분야’라고 축하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만큼 위상이 달라진 것이다.
클러스터조합은 이런 상황변화 속에서 탄생했다. 더욱이 서울조합의 근간인 예지동을 비롯한 종로구에는 2005년 현재 4000여개의 귀금속·보석업체가 밀집해 있다. 이들 업체는 뛰어난 세공기술을 바탕으로 연간 3억~4억 달러의 수출을 기록하는 등 서울의 대표적인 도심업종으로 자리 잡았다. 또 서울시와 종로구는 예지동 개발을 내용으로 하는 세운상가 4구역 도시정비사업계획을 진행하고 있다.
클러스터조합은 ‘예지동을 중심으로 집적화해 있는 귀금속·보석 산업을 세계적인 상권으로 육성하고 국가 주요기간산업으로 발전시키는 동시에 조합원들의 고수익 달성 및 시장창출, 미래형도심산업으로의 유지발전’을 목적으로 지난 6월12일 결성됐다. 이후 10월4일 서울시의 협동조합사업인가를 취득해 11월6일 출범식을 가졌다. 조합원은 예지동 주변 제조, 생산, 도·소매 3000여 사업체 중 670곳이 참여하고 있으며 예지동 지주 120여명도 동참하고 있다.
클러스터조합은 지주에게는 재산의 가치와 수익상승, 상인에게는 고수익 기회부여 및 관광 등과 연계된 신(新)시장 창출, 정부에게는 국가기간산업 육성, 서울시와 종로구에게는 미래 도심산업으로 서울시 전략에 부응하는 동시에 지역경제 부흥, 소비자에게는 고품격 상품 구매 기회 제공과 재산가치 보장 등을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클러스터조합은 이 같은 비전실현을 통해 지주, 상인, 정부와 서울시 및 종로구, 소비자가 모두 상생하기 위해서는 현재 서울시와 종로구가 진행 중인 세운상가 4구역 개발계획에 보석·귀금속클러스터 건립이 포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부 등 행정기관이 나서 하드웨어를 지원해야 시장창출 기반이 마련되고, 그 기반은 다름 아닌 귀금속·보석특구 지정과 클러스터 건립이라는 설명이다. 양배홍 상임위원은 “귀금속·보석업종은 생산과 판매의 연계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도시외곽에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종로에 적합한, 유일한 산업이다”고 말했다. 양 위원은 또 “클러스터 건립은 서울의 중심산업이 될 귀금속·보석 산업의 희망이다”면서 “클러스터가 건립된 예지동은 문화유산 보고인 종로, 생태복원의 시발점이 된 청계천, 동대문패션타운 등과 연계될 때 서울시의 도심활성화정책도 더욱 활기를 띄게 될 것이다”고 강조했다.
方鏞植 기자 / argus@sijung.co.kr


인터뷰 / 조문환 이사장



“창조적 경영으로 예지동 경쟁력 극대화”



대한민국 보석시장의 허브인 예지동 귀금속보석 상인 모임인 ‘서울 귀금속보석클러스터사업 협동조합(이하 조합)’을 맡아 운영할 조문환 이사장은 ‘창조경영’을 화두로 꺼냈다. 그는 “창조경영을 통해 예지동을 세계 귀금속보석시장의 허브로 만들어 지주와 상인에게는 고수익을, 소비자와 정부에게는 신뢰성을 높여 상생(相生)이 길을 놓겠다.”고 강조했다. 창조경영은 얼마 전 이건희 삼성그룹회장이 말해 세간에 화제가 됐던 말이다.
조문환 이사장은 또 “예지동은 한국 귀금속산업에 메카로 클러스터 조성을 통해 그 경쟁력이 한 단계 더 도약할 것으로 확신 한다”면서 “정부와 서울시, 관할 행정기관인 종로구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조문환 이사장은 고려대학교를 졸업하고 경기대학교 정치전문학대학원 석사, 서울대학교 경영대학원 e최고경영자과정 등을 수료했다. 그는 특히 미국 뉴욕제일은행 법인은행 등 금융권에서 잔뼈가 굵었고 현재 대한주택공사 비상임 감사 등을 맡고 있다.
-조합의 출범의미는.
“산업의 적합한 소프트웨어 설계와 그 소프트웨어를 운영할 수 있는 하드웨어를 수립했다는데 의미가 있다. 즉 한국대표 귀금속·보석시장인 예지동을 ‘세계중심’으로 알릴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얘기다.”
-귀금속보석업계가 겪는 어려움이 있다면.
“귀금속보석은 국내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5%로 연 10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귀금속보석은 정규산업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사치조장산업으로 왜곡 인식돼 있다. 이 결과 귀금속·보석 산업은 고부가가치의 도심형산업임에도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해 영세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영세성은 결국 유통과 물류가 집적화하지 못하는 원인이 됐다. 또 지하시장 비율도 95%로 외국의 10%보다 높은 것도 업계가 겪는 어려움이다.”
-해외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세계수출 순위로는 5위권이다. 디자인도 세계 수준에 밀리지 않는다. 일본 귀금속보석가공 기술 인력의 50%는 한국인이다. 또 두바이에서는 한국제품이 이탈리아제품으로 판매된다. 무역협회에서는 수출기대상품으로 귀금속·보석을 1위로 꼽았다. 한류와 귀금속보석 산업을 연계시킨다면 ‘상당한’ 성과도 거둘 수 있다.”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낮은 편인데.
“시장이 영세하다 보니 소비자의 신뢰를 담보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귀금속은 환금성이 좋은 재화이다. 품질과 함량(합금비율)이 정확하지 않으면 소비자를 보호할 수 없다. 우리 조합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브랜드화를 통한 품질보증과 사후관리 철저 등에 힘쓸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정부의 세제나 정책상의 지원이 필요하다. 싱가포르는 싱가포르관광청이 품질을 보증하고 있다.”
-정부 또는 서울시 등에 바라는 게 있다면.
“먼저 서울시가 추진하는 예지동 재개발에 귀금속보석클러스터가 건립돼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공영개발신탁방식’은 예지동 지주 167명 중 120명이 반대하고 있다. 또 예지동 발전을 위해 서울시 등이 정부에 적극적으로 특구지정을 신청해 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