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어둠으로부터 환경미화원을 지켜줘!
기자수첩/ 어둠으로부터 환경미화원을 지켜줘!
  • 이승열
  • 승인 2018.08.09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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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지난 2월 용산구에서는 환경미화원이 작업 중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이 환경미화원은 밤 11시쯤 쓰레기 수거차량 컨테이너 교체 작업을 하던 중 수거차량의 유압장비에 끼어 불행한 일을 당했다.

앞서 지난해 11월에는 광주시 남구와 서구에서 환경미화원 두 명이 사고를 당해 숨졌다. 한 명은 수거작업을 하다 잠깐 내린 사이 후진한 청소차량에 치였고, 나머지 한 명은 매립장에서 청소차 적재함 덮개에 머리를 다쳐 유명을 달리했다.

이들 사고는 모두 환경미화원의 열악한 노동환경 때문에 발생했다고 볼 수 있다. 환경미화원들은 대체로 높은 야간·새벽 근무 비율(56%) 때문에 생체리듬이 깨지거나 피로가 누적돼 위험 대처능력이 떨어진 상태에서 사고를 당한다.위탁업체의 경우 ‘톤당 단가’ 방식의 계약으로, 물량을 채우기 위해 무리한 작업을 진행하다 사고가 발생하는 일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이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환경미화원 노동환경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환경미화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는 인식·제도의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환경미화원의 재해율(1.35%)을 제조업(0.62%) 수준으로 개선하는 것이 목표다. 개선방안은 △주간근무를 원칙으로 해 안전한 작업환경을 조성하고 △직영과 위탁업체의 고용형태에 따른 차별을 줄이고 △청소행정에 대한 지자체의 예산과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주 내용이다.

이 중 관건은 지역별 여건을 감안해 주간근무를 올해 38%에서 내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환경미화원 관리 우수사례로 꼽히는 경기도 의왕시의 경우, 지난 2011년 환경미화원의 근무를 전면 주간근무로 전환했고, 이후 산업재해 발생 건수가 43%나 감소했다고 한다. 또 적정임금 보장과 상여금 인상, 정기적인 간담회 등을 통해 근무여건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를 위해 의왕시는 1년여간 지역주민들에 대한 설득과정을 거쳐야 했다. 청소차량은 소음과 악취, 교통체증을 유발하기 때문에 주간근무를 위해서는 주민들과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

청소행정에 대한 지자체의 예산확대도 쉬운 일은 아니다. 정부가 예산액 대비 청소행정예산이 많은 지자체에 보통교부세 배분을 증액하고 환경미화원 쉼터 조성을 위해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하지만, 일선 지자체에서 이를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같은 대책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모두의 인식을 바꾸는 일일 것이다. 환경미화원이 우리를 위해 일하고 있는 우리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을 잊지 않고, 그들을 무관심 속에 버려두지 않아야 한다. 모든 대책은 이 같은 인식 전환에서 시작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