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북으로 간 박원순 시장
기자수첩/ 강북으로 간 박원순 시장
  • 문명혜
  • 승인 2018.08.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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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시정일보] 초선이던 7년 전 출근 첫날 새벽 노량진 수산시장을 방문해 서민시장 이미지를 각인시킨 박원순 시장이 3선 성공 후 또다시 대담한 친서민 행보에 나섰다.

강북 한달살이인데 6.13 선거기간 중 강북 유세에서 시장에 당선되면 강북주민과 한달동안 동고동락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이다.

역대급 무더위가 계속될 것이라는 기상청의 예측이 있던 지난달 22일 박 시장은 강북구 삼양동 언덕길에 있는 2층 옥탑방으로 살림을 옮겼고, 부인 강난희 여사는 신혼때도 경험치 못한 애꿎은 고생길에 동행했다.

카운터 파트에서 서민 코스프레니 쇼니 하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공약이행과 강남북 균형발전 모색이라는 명분을 틀어쥐고 박 시장은 꿋꿋이 강북 한달살이를 계속하고 있다.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타며 출근하고 수시로 경로당을 찾는 박 시장과 골목시장에서 장을 보고 옥탑방 앞에 놓인 평상 위에서 더위를 쫓으려 부채질을 하는 강난희 여사의 모습은 두고두고 회자될 서울시정의 한 컷이다.

지난 8일 민선7기 서울시장 취임후 삼양동 옥탑방 인근에서 열린 첫 기자간담회에서 강북살이의 가장 힘든 점이 뭐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 시장은 “아무것도 없고 쇠락해가는 강북을 살릴 답을 찾는 과정이 즐겁다”라며 의연한 답을 내놓았다.

이번 서민행보에서 흥미로운 점 중 하나가 25개 자치구 중 여러곳에서 ‘한달살이’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사차 방문이라는 미명하에 청을 넣을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인정상으로도 소소한 민원을 들어줄 것이라는 기대와 최소한 이벤트 현장으로서 구의 지명도를 전국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임을 알고 있는 구청장들의 욕심이 읽히는 대목이다.

박 시장은 자신이 젊었을 때 보았던 서울 골목의 구멍가게, 양장점, 전파상 등이 사라진 것을 보고 부 편중 사회의 심각성을 뼈저리게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을 넘어 대한민국 모든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양극화의 폐해를 이겨내는 해답을 찾는 것이 이번 이벤트의 목적이고 서울시장으로서 도전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말했다.

고민의 결과는 강북 한달살이가 끝나는 19일 발표될 예정인데, 박원순 시장이 무슨 말을 할지 많은 눈과 귀가 삼양동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