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구청 ‘팔방미남’ 이후일 팀장 “봉사는 나의 힘”
관악구청 ‘팔방미남’ 이후일 팀장 “봉사는 나의 힘”
  • 유주영
  • 승인 2018.08.16 1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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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관리과 이후일 가로정비팀장
이후일 팀장(오른쪽)이 자치구 공무원 대상으로 옥외광고물 법령 강의를 마친 후 강의를 들은 공무원에게 책자를 전달하고 있다.
이후일 팀장(오른쪽)이 자치구 공무원 대상으로 옥외광고물 법령 강의를 마친 후 강의를 들은 공무원에게 책자를 전달하고 있다.

요즘 뜨는 동네 ‘샤로수길’ 간판정비 주역

광고물 행정 전문가, 전국으로 ‘출장강의’

자비 털어 보육원 아이들 ‘스노보드캠프’

여름엔 시각장애인 ‘야구장 나들이’ 후원

 

[시정일보]“저희 집 가훈이 ‘재미있게 살자’예요. 그건 단순히 놀고 즐기자라는 게 아니라 ‘의미있는 삶을 살자’라는 뜻이예요”

이후일 관악구청 건설관리과 가로정비팀장의 ‘재미’와 ‘의미’는 옥외광고물 전문가로서의 역량 발휘와 함께 ‘남과 함께하는 삶’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후일 팀장은 1992년 5월부터 관악구청에서 일해 온 옥외광고물 및 간판정비 전문가다.

서울시립대 산업미술과를 졸업한 그는 디자인 전문직으로 시작해 26년간 옥외광고물을 다뤄온 경험과 전문성으로 전국에 초빙 강의를 다닐 정도가 됐다. 관악구의 명물인 ‘샤로수길’ 간판도 그의 손길로 20여개의 간판이 예쁘게 정비됐다. 관악구로 지자체 공무원들이 옥외광고물 관련 법령 등에 대한 그의 강의를 들으러 와 샤로수길을 구경하고 간다. 강의를 들은 서울시 자치구 공무원들이 남긴 감사 메시지도 그에게는 큰 힘이다.

이 팀장은 유능하기만 한 공무원에 그치지 않는다.

겨울이면 보육원 아이들에게 자비를 들여 스노보드 캠프를 진행하고 아이들의 멘토 활동을 하는가 하면, 여름이면 시각장애인들을 야구장에 데려가 경기설명도 해주고 식사도 하는 남다른 선행을 남몰래 펼치고 있었던 것.

이후일 팀장(오른쪽)이 보육원 아이들에게 스노보드를 가르쳐주고 있다.
이후일 팀장(오른쪽)이 보육원 아이들에게 스노보드를 가르쳐주고 있다.

1990년부터 스키를, 1993년부터 스노보드를 탄 이후일 팀장은 관악구청 직원들에게 스노보드를 가르쳐주다가 서울시자치구공무원들의 동호회인 ‘서울연합보드동호회’를 결성하게 됐다. 이 동호회 멤버 중 한 명이 제안해 서울시내 한 보육원 중고등학생들을 동호회에서 겨울에 매주 가는 캠프에 참여시킨 것이다.

“또래들이 다들 가보는 겨울 스포츠 활동에 이 아이들은 갈 기회가 없잖아요. 그래서 이 아이들을 데리고 보드 타는 것을 가르쳐준다고 하니까 너무 좋아들 하더라고요”

마침 이 팀장도 중학생 자녀가 있던 터라 보육원 아이들과 함께 보드 캠프에 참가시켜 아이들과 어울렸다고 했다. 이 팀장은 ‘강촌엘리시안’으로 보드를 함께 타러가 캠프를 하며 아이들에게 준비한 선물을 나눠주며 이야기꽃을 피웠던 재작년 크리스마스를 추억했다.

또한 관악구청 사회인야구단인 ‘관악 위너스’의 감독으로 18년째 활동 중인 이 팀장은 야구 시즌에는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야구 관람을 하며 경기를 설명해주는 봉사를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무슨 야구 관람이냐고 하겠지만 이 팀장은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경기장 분위기를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느낀다고 말한다. 다만 경기를 눈으로 직접 볼 수 없기 때문에 진행상황을 설명해주면 너무 즐거워 한다는 것.

“중학교 2학년인 제 아이와 똑같은 나이의 시각장애인인 아이도 야구 경기장에 데리고 간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마음이 너무 안 좋았어요. 그 친구는 처음에 마음을 잘 안 열었지만 저녁을 같이 먹으면서 얘기하니까 이내 마음을 열더라고요”

자비로 봉사활동을 하지만 주위의 도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보육원 아이들과 보드 캠프를 갔을 때는 강촌엘리시안 측에서 숙박을 도와줬고 챠량은 현대렌트카에서 제공해줬다고 했다.

이 팀장의 봉사는 소리 없이 이뤄져 더 눈길을 끈다.

익명을 요구한 관악구청 소속 이 팀장의 상관은 “대외적으로 광고물 개선에 관한 강의를 할 정도로 자기 분야에 해박하며 아이디어도 많이 내 당선도 되는 등 전문성을 지녔으며 자기 업무과 관련해서는 챙겨서 일을 찾아서 하는 공무원”이라며 “샤로수길 정비사업도 진행해 전국 지자체에서 견학도 많이 오고 옥외광고물 수준을 향상시켜 도시미관 활성화에 알게 모르게 공헌을 많이 했다”라고 평가했다. 이 상관은 “이 팀장이 봉사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모르고 있었다”며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하는 것처럼 봉사했던 것 아닌가 한다. 관악구청 봉사활동 시스템과 별개로 자기가 찾아서 어려운 이웃을 도왔던 모양”이라고 말했다.

관악구청 홍보전산과 구남렬 과장은 이 팀장에 대해 “광고물 행정의 전문가로 디자인 및 우수간판거리 조성으로 상도 많이 받았고 전국에 강연을 다닐 정도로 탁월하다”며 “유연하고 소탈한 성격의 공무원”이라고 평가한다.

이후일 팀장(왼쪽)이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야구경기를 관람하며 경기 진행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이후일 팀장(왼쪽)이 시각장애인들과 함께 야구경기를 관람하며 경기 진행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관악구청 문화체육과 최흥락 생활체육팀장은 “스노보드와 야구 등 스포츠에 능해서 구청 직원들에게 직접 가르쳐주는 등 직원들이 화합하고 건전한 여가생활을 누리는데 많은 역할을 하는 동료”라고 말한다. 최 팀장은 “이후일 팀장은 긍정적이며 친절하고 낮은 자세로 업무협조를 잘 하는 동료”라고 평가했다.

공무원노조 활동을 하며 소수직렬이나 하급자들의 대변자 역할을 하기를 서슴치 않았다고도 전했다.

최 팀장은 이 팀장과 관악 위너스 야구단에서 함께 활동하기도 했다. 최 팀장에 따르면 멤버 대부분 주전선수로 뛰기를 희망하자 이 팀장이 실력있는 외야수였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포지션을 양보하고 후보선수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최 팀장은 이 팀장에게 받았다는 캘리그라피가 쓰여진 엽서를 보이며 “이 팀장이 좋은 문구를 동료들에게 선물해 줘 항상 위로를 받는다”며 “(이 팀장은) 자기 재능으로 남을 행복하게 해주고 기쁨을 주는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유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