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의동 쪽방촌에 부는 시원한 기부바람
돈의동 쪽방촌에 부는 시원한 기부바람
  • 이승열
  • 승인 2018.08.1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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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풍기도 없이 힘겨운 여름 보내는 주민들에게 후원 이어져
권 모씨와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쪽방촌을 다니며 음료수와 선풍기를 전달하고 있다.
권 모씨와 동주민센터 직원들이 쪽방촌을 다니며 음료수와 선풍기를 전달하고 있다.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종로구 돈의동 쪽방촌에 폭염을 덜어줄 시원한 기부바람이 불고 있다. 

지역 내 기부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주민의 기부도 이어지고 있는 것. 

종로구 돈의동 103번지, 일명 ‘돈의동 쪽방촌’은 홀몸어르신, 저소득 가정, 장애인들이 더 길고 힘든 여름을 보내고 있는 곳이다. 선풍기도 없이 여름을 나는 주민들도 있다. 창문도 없는 방을 가득 채운 뜨거운 공기 때문에 쪽방 주민들은 골목 어귀 그늘에서 여름 한낮을 보내는 경우가 많다. 

이 같은 사정이 여러 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기부의 손길이 이어지고 있다고 종로구가 16일 전했다. 

경기도 광주에 사는 권 모씨(56세)는 이달 초 돈의동 쪽방 주민들에게 선풍기 10대와 비타민 음료를 후원했다. 종로1·2·3·4가동 복지플래너와 함께 쪽방을 방문해 직접 주민들에게 음료수를 나눠주며 말벗이 되기도 했다. 

권 씨는 “이렇게 더운 여름에 작은 쪽방에서 선풍기도 없이 힘들게 지내는 이웃들이 있다는 사실을 뉴스로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우리가 조금씩 뜻을 모아 도우면 이들에게 큰 희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과천에 사는 이 모씨는 쪽방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의 여름나기에 도움이 되고 싶다며 종로1·2·3·4가동주민센터에 후원금을 전달했다. 이 씨는 “앞으로 지인들과 뜻을 모아 쪽방 어르신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겠다”며 “모두들 힘내시기 바란다”고 쪽방 주민들을 응원했다.

종로구 익선동에서 직장을 다니는 김 모씨는 “직장 바로 옆에서 주민들이 이렇게 힘겹게 여름을 보내고 있는 것을 보고 많이 안타까웠다”며 쪽방 주민들을 위해 사용해달라고 종로1·2·3·4가동주민센터로 후원금을 보내왔다.

이 곳을 찾는 후원자들 대부분은 “이렇게 화려한 도심 속에 힘들게 폭염을 견디고 있는 소외 계층이 있는지 몰랐다. 직접 찾아와서 눈으로 보니 이야기를 듣고 생각한 것보다 환경이 더욱 열악하다”며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 번 알게 됐다”고 말했다. 

종로1·2·3·4가동은 이런 따뜻한 마음이 담긴 후원금으로 쪽방 주민들이 여름을 건강하게 지낼 수 있도록 생필품 등을 구매해 전달할 예정이다. 

김영종 구청장은 “폭염에 지친 쪽방 주민들에게 각 지역의 이웃들이 힘을 모아 후원을 해 주셔서 너무나 감사드린다”며 “돈의동 쪽방에 부는 기부 바람이 쪽방 주민들에게는 희망의 신바람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기화되는 무더위에 사회적 취약계층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계속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