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부귀를 탐하면 지조는 잃게 될 수밖에 없어
시청앞/ 부귀를 탐하면 지조는 잃게 될 수밖에 없어
  • 시정일보
  • 승인 2018.08.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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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腸者(여구현장자)는 多 淸玉潔(다빙청옥결)하고 袞衣玉食者(곤의옥식자)는 甘婢膝奴顔(감비슬노안)하나니 蓋志以澹泊明(개지이담박명)하고 而節從肥甘喪也(이절종비감상야)니라.

이 말은 채근담(菜根譚)에 나오는 말로써 ‘명아주를 먹고 비름으로 배를 채우는 사람은 얼음같이 맑고 옥처럼 깨끗한 사람이 많지만 비단옷 입고 좋은 음식 먹는 사람은 종노릇 시늉도 마다하지 않는다. 뜻은 담백함으로써 뚜렷해지고 지조란 부귀를 탐하면 잃고 마는 것'이라는 의미다.

주나라의 무왕이 난폭한 은왕을 정벌했다. 이윽고 천하는 모두 주나라를 섬겼다. 그러나 은나라 백성이었던 백이와 숙제는 그 일을 부끄럽게 생각하고 의로써 주나라의 곡식을 먹을 수 없다 하여 수양산에 숨어 고사리를 캐먹다가 굶주려 죽었다는 사기에 적힌 일화가 있다. 이 시대를 살면서 백이와 숙제 같은 무모할 정도의 의로움을 지키지 않을지라도 자기 자신을 처신하는데 있어 최소한의 의로움만은 간직해야 할 것이다. 권력에 의지하고 부에 아첨하는 무리들을 보라. 자기의 의지와 상관없이 마치 개나 말처럼 종노릇 시늉도 사양치 않는다. 의지력이야말로 사람을 가장 아름답게 인도하는 힘이다.

작금에 들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검찰이 공정위 전 위원장 등 전ㆍ현직 고위 간부 12명을 기소함에 따라 퇴직 간부 재취업 비리에 대해 대국민 사과를 했다. 수사결과 공정위는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기업 16곳에 압력을 가해 퇴직 간부 17명이 고액 연봉을 받고 재취업하도록 했다. 이날 김 위원장이 “공정위 창설 이래 국민 신뢰를 잃어버린 최대 위기”라며 사과했지만 비리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었다.

공정위 퇴직 간부들이 시장 우월적 지위를 이용 막강한 대기업집단 계열사들에 취업해 고양이에게 생선가게 맡기는 꼴이 됐다. 공정위는 전속고발권 등을 근거로 대기업의 불공정 편의를 봐주며 수많은 경쟁기업을 비롯 중소기업과 소비자들이 피해를 입는 동안 특혜를 누렸다.

검찰에 따르면 공정위는 인사 부서인 운영지원과에서 퇴직 고위간부 재취업 계획안을 작성 공공연히 기업에 특채를 강요했다. 그 과정에서 ‘고시 출신은 연봉 2억5000만원, 비고시 출신은 연봉 1억5000만원’ 등 일명 재취업 조건(?)까지 기업에 제시했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공정위는 대기업들에게는 저승사자로 불리고 있어 실제 대기업들이 공정위의 요구를 거절하기 어렵다. 공정위는 조직쇄신 방안보다 공정위 직원들의 공정한 룰 의식이 더 급선무가 아닐까 싶다. 아울러 공정위는 법적ㆍ도덕적으로 환골탈태해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자기반성과 함께 재발방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