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 정부 자기 확신에 대한 ‘위험한 확신’을 경계하라
사설/ 문재인 정부 자기 확신에 대한 ‘위험한 확신’을 경계하라
  • 시정일보
  • 승인 2018.08.23 16:38
  • 댓글 1

[시정일보]대통령의 지지도에도 허니문이라는 시간이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1년 3개월이 지나면서 고공비행을 하던 국정수행 지지도가 50%대로 떨어지고 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의 2년차 1분기 지지율과 비교하면 노무현(25%), 이명박(33.5%), 박근혜(47%) 대통령보다 높고 김영삼(55%), 김대중(59.6%) 대통령과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시중의 여론은 녹녹하지 않다. 작년 31만명이던 월평균 취업자 수가 지난달 5000명으로 급락하는 고용재난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민심은 싸늘해지는 것이 상례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도면밀한 대비 없이 밀어붙인 주 52시간 근로제가 고용재난을 부른 근본원인이다. 지금에 와서 이것을 부인한다면 재난을 부른 정책을 그대로 가겠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

편행된 결정된 반복된 오류는 위험한 결과를 만든다. 문재인 정부를 향해 이성보다 감정과 신념이 좌우되는 정책만 본다고 염려한다. 문재인 대통령을 둘러싼 참모들은 자기 확신이 강한 ‘위험한 확신’자라는 여론이 비등한다.

지금은 야당 국회의원인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이 펴낸 책에서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만들어주고 패배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 준다’는 말을 했다.

이런 말도 나온다. ‘실패를 빨리 극복하는 것이 좋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남의 탓으로 돌리거나 아예 부인해서는 안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면서 고용상황이 악화된 데 대해 “마음이 무겁다”며 “일자리 늘리기를 국정의 중심에 놓고 재정과 정책을 운영해 왔지만 결과를 놓고 보면 충분하지 않다고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을 ‘1호 공약’으로 내세우고도 참담한 현실에 맞닥뜨려 누구보다 마음이 타는 사람은 문 대통령 자신일 것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자면 문 대통령보다 더 아픈 사람은 취업을 못하고 오늘도 땀 흘리며 노력하는 젊은이들이다.

문 대통령은 바둑 아마 4단이다. 확신에 대한 확신의 유혹을 떨치고 고용재난에 맞닥뜨린 과정에 복기하는 시간에 왔다.

문 대통령은 도덕성에 높은 점수를 받고 있고, 소득주도 성장 정책도 ‘선한 의도’에 나온 것도 맞지만 그것만으로 국정을 끌고 갈 수는 없다.

주변의 참모들이 과도한 자기 확신과 합리적인 판단이 이성보도 신념에 좌우되는 것도 복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인간의 본성은 비합리적 사고체계 탓이라는 말이 있다. 미국, 영국은 완전 고용 수준으로 일자리 시장이 회복됐고, 일본도 규제 완화 등 적극적인 부양책으로 실업률이 2% 중반까지 내려갔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책 실패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을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문제는 경제팀의 엇박자다. 이낙연 총리는 “고용과 민생이 참담하다”고 밝혔지만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수석 간에 엇갈린 견해다. 방향 전환의 정리는 문대통령만이 할 수 있다. 국가 정책이라는 거대한 배의 방향을 바꿀 수 있는 사람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문 대통령의 대전환의 결단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