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일주일간의 민원 핑퐁
기자수첩/ 일주일간의 민원 핑퐁
  • 유주영
  • 승인 2018.09.06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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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주영 기자/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지난달 31일 새벽 금천구 가산동 한 아파트 지상주차장에서 땅꺼짐(싱크홀)이 발생해 아파트 한 동의 주민 76세대가 대피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구청 측은 신축 중이던 바로 옆 오피스텔의 축대가 무너져 내림으로 인한 사고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여러 책임공방이 거세다. 무리하게 아파트 옆 오피스텔 공사 허가를 내 준 구청 담당자를 탓하는가 하면, 주차장 갈라짐을 호소한 아파트 주민들의 민원 접수를 제때 해결해 주지 못한 민원담당자를 탓하기도 한다.

일 사고 당일 언론브리핑에서 금천구청 관계자는 “(아파트가 들어서 있는 지역이) 준공업지역이라 허가과정상 50cm만 떨어져 있어도 건물을 지을 수 있게 돼 있다”며 인허가 과정상의 문제점은 없었다고 밝혔다.

일 금천경찰서는 오피스텔의 인허가에 문제가 있었는지를 두고 금천구청을 내사하겠다고 밝혔다. 또 오피스텔 공사를 벌이고 있던 대우건설이 안전관리 의무를 제대로 준수했는지 확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민들이 구청에 접수한 민원이 도달한 날짜에도 착오와 오류가 있었다. 아파트 주민들은 22일 주차장 지반 갈라짐 현상이 발견됐다며 구청에 민원을 접수했다고 밝혔다. 금천구청 민원여권과 관계자는 3일 “민원 접수는 등기우편으로 이뤄져 24일에 도착했다. 환경과 수신으로 왔기 때문에 그날 환경과로 보냈다”고 말했다. 환경과 관계자는 같은 날 “환경과 사안이 아니라 건축과 담당이라 건축과 함으로 24일 공익근무요원을 시켜 보냈다. 당초에 언론에는 27일 월요일이라고 말했지만 착오였다. 24일이 맞다”고 말했다. 그러나 건축과 관계자는 사고가 있었던 31일 언론브리핑에서 전날인 30일 퇴근 무렵 민원을 전달받았다며 예정대로였다면 사고당일 현장조사를 할 예정이었다고 밝혔다. 24일 금요일부터 30일 목요일까지 과연 민원서류는 어디에 머물러있었던 것일까. 그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서류함에서 잠자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대피한 주민들 대부분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 3일 가산동 아파트 현장에서 만난 피해 주민인 60대 여성은 “어제 밤에도 호텔에서 잤다. 가스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아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책본부에서는 “전기는 들어오고 가스는 점검 중”이라고 답했지만 불안한 주민들을 달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제는 누군가 그들을 집으로 돌려보내야 할 때다. 언론에서는 주민들의 불안감만 가중시키고 관할구청의 사기는 떨어질 대로 떨어져 있다. 책임 있는 누군가 나서 편히 몸 뉘일 곳은 집 밖에 없는 그들, 집 하나 가진 게 재산 전부인 그들을 안심시킬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