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욕심 때문에 사람의 본성을 잃지 말아야
시청앞/ 욕심 때문에 사람의 본성을 잃지 말아야
  • 시정일보
  • 승인 2018.09.06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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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只是欲蔽情封(지시욕폐정봉)하여 當面錯過(당면착과)하면 使咫尺千里矣(사지척천리의)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다만 욕심과 정 때문에 본성을 잃어 한 번 어긋나면 가늠할 수가 없다'는 의미이다.

인간은 큰 저택에 살거나 초가집에 살거나 삶의 참뜻을 알고 즐겁게 살아가는 데는 마음먹기에 달렸다. 욕심과 정 때문에 사람의 본성을 잃지 말자는 이야기이다. 익불사숙( 不射宿)이란 말이 있다. 주살로 자는 새를 잡지 않는다는 뜻으로 인자의 자비심을 이르는 말이다. 또한 애급옥오(愛及屋烏)란 말이 있다. 남을 사랑하면 그 집의 지붕에 있는 까마귀까지도 사랑하게 된다는 뜻이다. 그래서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본성이 살아있는 한 모든 사물은 사랑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다. 모든 생물이 이 땅 위에서 완전히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하더라도 자비심은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마음속에서 끊임없이 존속해 있기 때문이다. 석가모니가 말씀하시기를 “사람이 건강을 잃고 친구를 잃고 명예를 잃는다는 것은 그 어느 것이나 다 커다란 손실이다. 그러나 사람으로서 자비심을 잃는다는 것은 무엇보다 가장 큰 손실”이라고 했다.

작금에 들어 사법 농단 의혹이 점입가경이다.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과 관련한 사안이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이러니 사법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이 가중되는 게 당연해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최근 군사정부의 고문조작 사건에 대한 국가배상청구권 소멸시효를 3년에서 6개월로 줄인 대법원 판결과 민주화보상법에 따라 보상금을 받은 사람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 모두 위헌 결정을 내렸다.

헌재가 2013년 대법원의 과거사 손해배상 소멸시효 단축 판결을 위헌으로 본 근거는 “‘중대한 인권침해 사건’이나 ‘민간인 집단희생 사건’은 일반적인 국가배상청구권과는 근본적으로 달라 특별히 보호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국가가 국민에게 불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사후구제 장치를 마련해 놓고도 시효를 엄격하게 정하는 것은 국가의 의무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취지다. 당시 대법원 판결로 인해 1,2심에서 형사보상 결정을 받은 상당수 피해자들이 국가 상고 이후 대법원에서 줄줄이 패소했다. 2015년 1월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의한 민주화운동 보상 제한 판결이 위헌 결정을 받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번 헌재의 과거사 판결 위헌 결정으로 대법원이 민주주의와 인권의 보루로서 천칭저울처럼 치우치지 않는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거듭 확인돼 이는 사법부의 큰 오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결코 욕심 때문에 사람의 본성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우리는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