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한마디 말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어
시청앞/ 한마디 말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어
  • 시정일보
  • 승인 2018.09.13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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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有一念而犯鬼神之禁(유일념범귀신지금)하며 一言而傷天地之和(일언이상천지지화)하며 一事而釀子孫之禍(일사이양자손지화)하나니 最宜切戒(최의절계)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한 가지의 생각으로 하늘의 계율을 범하게 되고 한 마디의 말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리며 한 가지의 일로 자손의 불행을 빚는 수가 있다. 깊이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이다.

생각과 말과 일은 서로가 연계돼 있다. 생각 없는 말이 있을 수 없고 말없이 어떤 일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일은 시시각각으로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생각은 나름대로의 갖가지 말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다. 말은 그만큼 어렵고 무거운 것이다. 말은 그것이 내뱉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경우에 따라선 정신적인 사슬이 되고도 남는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이란 말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른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말은 한 번 하면 빨리 퍼지고 또 취소하기도 어려운 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말뿐이 아니다. 말도 그렇지만 생각 또한 신중해야 한다. 신중한 생각에서 신중한 말이 나오고 신중한 행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은 입보다 크게 말한다는 영국의 격언도 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상황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싶다.

작금에 들어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한 국회의원이 ‘수도권 신규 공공택지 후보지’를 정부 발표 전에 무단 유포해 파문이 일고 있다. 택지 후보지는 매우 민감한 사안으로 정부 발표 전에 후보지 자체가 유출되면 투기꾼들이 몰려 땅값 폭등을 불러오거나 개발을 반대하는 주민들로 인해 사업자체가 차질을 빚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극도의 보안이 요구되는 사항이다.

공공주택특별법은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민 공고 전에 관련 정보가 누설되지 않도록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굳이 이러한 법조문을 떠나더라도 정부의 개발계획이 사전에 유출돼서는 결코 안 된다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국토위 소속 의원이 사전 공개가 불법인지조차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을 뿐만 아니라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집값 대책을 마련해야 할 국회 국토위 소속 국회의원이 결국 한 건하려다 투기를 부추긴 셈이 됐다.

이번사건의 당사자인 해당 국회의원에 대해 상임위를 물러나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법적 정치적 책임을 철저히 물어 향후 전 공직자에 대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