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칼럼/ 폭염재난, 초보 구청장의 고군분투기
단체장 칼럼/ 폭염재난, 초보 구청장의 고군분투기
  • 서양호 중구청장
  • 승인 2018.09.20 12:09
  • 댓글 0

서양호 중구청장
서양호 중구청장

[시정일보]“구청의 전 직원들이 두세 가정씩 직접 방문합시다!”

지난 여름 폭염특보 기간 때의 일이다. 경제적 취약계층은 폭염 재난에도 가장 취약할 수 밖에 없었다. 전기요금 걱정 탓에 선풍기 하나로 어떻게든 버티거나, 그 선풍기조차 틀지 못한 채 더위에 속수무책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폭염특보가 내려진지 며칠이 지났지만 취약계층 폭염 대책은 몇몇 사회복지 직원들의 일로 맡겨져 좀처럼 진척이 없었다. 더 이상 회의석상의 대책은 탁상공론에 불과했다.

마침 중구 전체 직원이 약 1300명이고, 관내 건강 취약계층은 2549명이었는데 나도 취약계층 가정을 방문할테니 전 직원들이 한 사람당 2~3가정씩 이틀 동안 방문해 건강상태와 생활환경을 직접 확인하고 조치하자고 결정했다. 즉시 두 가정을 배정받은 나는 서울역 앞 회현동 쪽방촌을 방문해 그분들의 건강상태를 직접 확인하고 폭염 대비 행동요령과 가까운 폭염 쉼터를 안내해 드렸다. 초보 구청장의 무모한 발상처럼 비치기도 했으나 취약계층에 대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대책이었다.

이후 초보 구청장의 폭염나기는 계속되었다.

생계로 어쩔 수 없이 야외에서 폐지를 모아야 하는 어르신들에게 폭염기간 중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그에 따른 손실을 구에서 보전해 주도록 했다. 공공일자리사업 참여자 전원에게 얼음조끼를 지급하였고, 소규모 건설 현장에도 모두 나가 근로자 보호 조치 이행을 점검했다.

많은 주민들이 혜택 받을 수 있도록 무더위 쉼터를 100곳까지 확대했고, 냉방기 가동시간이 예년에 비해 비약적으로 늘어난 민간어린이집에서 전기요금 부담 때문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어 냉방비를 지원하도록 하였다.

취약계층뿐만 아니라 지역주민들도 폭염을 피해가지 못했지만 대처는 안이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지시를 기다리는 수동적인 폭염 대책을 공세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었다. 내가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서 전 직원들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했다. 매일 아침마다 폭염종합대책본부에서 기능부서 팀장 회의를 주재했다. 간부회의도 대책본부에서 열었고, 폭염특보 기간 일상 활동을 최소화하고 폭염 대비 활동을 최우선했다. 폭염 대비 실적 위주의 보고가 아닌 구민 입장에서 도움이 될 만한 실질적인 지원 방안을 논의했고, 대책이 즉시 시행될 수 있도록 하였다.

휴일도 없이 부지런을 떤 나 때문에 직원들이 힘들어 했지만 취약계층의 집을 직접 방문해 그들의 실상을 보고 느낀 것이 많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폭염으로부터 구민들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서 구청 직원들 스스로 폭염이 재난이라는 인식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하겠다.

폭염특보가 해제된 후 나는 내년 폭염대책을 지금부터 준비하라고 했다. 올해 폭염대비 상황을 평가 분석해 매뉴얼로 만들고, 필요한 예산이나 시설 정비를 지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365일 재난 대비 체제를 갖추도록 했다.

이렇게 구청장으로 취임하자마자 ‘재난'이라고 표현된 폭염에 맞서 구민들의 안전을 위해 정신없이 뛰어다녔고, 구청의 전 행정력을 동원한 결과 단 1명의 사망자도 없이 무사히 폭염을 극복했다. 재난이 된 폭염도 대비에 따라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재난도 결국 우리 하기에 달린 것이다. 무엇보다 지난 여름 폭염과 싸우는 과정에서 구정의 현황과 문제를 조기에 파악할 수 있었고 구청과 동 직원들을 현장에서 만나면서 초보 구청장으로 많은 공부가 되었다. 지난 여름, 폭염 대비로 함께 수고한 중구 직원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외부기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