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구청장 VS 국회의원
기자수첩/ 구청장 VS 국회의원
  • 문명혜
  • 승인 2018.10.04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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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혜 기자 myong5114@daum.net
문명혜 기자

 

[시정일보] 서울시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이따금 구청장과 국회의원들의 권력관계, 혹은 위상이 화제에 오르곤 한다.

지난 6월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도 예외없이 화제가 됐고, 지방선거가 끝난 후 얼마전 몇몇 기자들의 저녁자리에서도 대화주제에 오를만큼의 단골메뉴가 구청장과 국회의원의 권력관계다.

화제는 한 때 정치부를 출입하다 중앙부처를 거쳐 서울시로 왔다는 한 기자가 열었다.

그 기자는 “정치부에 있을 때는 국회의원이 제일인줄 알았는데 서울시청에 와서보니 구청장 권력이 이 정도인 줄은 몰랐다”고 말하자, 다른 기자가 “국회의원이야 구청장 공천권만 빼면 구청장보다 실속이 없는 게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또 다른 기자는 구청장이 천 명이 넘는 부하직원과 수천억원의 예산집행권을 갖고 있고, 각종 사업의 인허가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지역의 실질적인 권력자라는 말을 덧붙여 좌중의 공감을 얻기도 했다.

일반적으로 구청장에 비해 국회의원의 위상이 더 높은 것이야 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지만 지역에서의 영향력은 앞서 말한대로 구청장이 훨씬 광범위한 것도 맞는 말이다.

위상과 영향력의 역전관계는 종종 두 기관간의 긴장을 야기시킨다. 기자가 오랫동안 지켜봐 온 바에 의하면 지역에서 국회의원과 구청장의 관계가 좋은 곳은 같은 당 소속이라도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구청장 당선 후 1~2년은 좋은 관계를 유지하다가 점점 사이가 벌어지고 차기 선거가 다가오면 구청장이 고개를 숙이며 관계복원 노력을 기울여 겨우 공천권을 따내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국회의원 입장에선 자신의 힘으로 구청장을 만들어 놨는데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는 것이 섭섭한데다 잠재적 경쟁자가 될 것을 우려하는 것이고, 구청장으로서는 들어주기 힘든 요구를 뿌리치는 횟수가 늘어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것이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선거를 앞두고 ‘보복성 물갈이’가 벌어지기도 하는데 이같은 현상은 4년마다 어김없이 펼쳐지곤 한다.

지역민들의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 요동’은 왜 일어날까. 정치인들은 본질적으로 자신의 영향력을 최대한으로 끌어 올리려는 야심가인 탓에 한 울타리 안에 있어도 긴장과 갈등관계에 놓일 수밖에 없고, 갈등관계 해소는 우선 ‘국회의원의 구청장 지명권 무력화’라는 게 기자의 ‘막연한’ 결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