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목민관이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가락질해
시청앞/ 목민관이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가락질해
  • 시정일보
  • 승인 2018.10.04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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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牧之不淸(목지불청) 民指爲盜(민지위도) 閭里所過(여리소과) 醜罵以騰(추매이등) 亦足差也(역족차야)

이 말은 牧民心書(목민심서)에 나오는 말로써 ‘목민관이 청렴하지 않으면 백성들이 손가락질 하며 도적이라 하고 마을을 지나게 되면 추하다고 욕하는 소리가 들끓을 것이니 이 또한 수치스런 노릇’이라는 의미이다.

정선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관리가 한 도적을 심문하는데 “네가 도적질 하던 상황을 말해보아라”고 하자 도적은 짐짓 시치미를 떼며 “무엇을 도적이라 하나이까”하고 물었다. 관리가 다시 “네가 도적이면서 그것을 모르느냐. 남의 궤짝을 열어 재물을 훔치는 것이 도둑이니라”라고 말하자 도적이 웃으면서 말했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내가 어찌 도적일 수가 있겠습니까. 당신 같은 관리가 진짜 도적입니다. 유생이라는 분들은 과거시험 문제의 답안인 帖括(첩괄)을 소리내어 읽으면서 고금을 생각하거나 천인을 연구하지 않고 구제를 생각하거나 백성들에게 혜택을 주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밤낮으로 권력을 손에 넣어 큰 이득을 취하려 하니 아비와 스승이 가르치는 것이나 벗에게서 배우는 것도 도적질을 익히는 일뿐입니다. 관복을 입고 수판을 들고 높은 자리에 당당히 앉으면 아전들이 열을 지어 늘어서고 하인들이 아래서 옹위하니 그 존엄함이 마치 天帝(천제)와 같습니다. 벼슬은 이를 따라 나오고 정사는 뇌물로써 이뤄지니 한나라의 협객 원섭이나 곽해같은 토호가 대낮에 살인을 해도 뇌물꾸러미 하나만 들어가면 법률은 온데 간데 없고 황금에 권력이 있으니 다시 풀려나와 거리를 활개치고 다닙니다. 천하에 이보다 더 큰 도적이 어디에 있겠소. 땅을 파고 낙숫물받이를 깨뜨리고 들어가 돈 한 푼을 훔쳤다 하여 어찌 도적이라 하겠소.” 이에 그의 죄를 문초하던 관리는 그 도적을 즉시 풀어주었다고 한다.

작금에 청와대 업무추진비 유용 논란이 정치쟁점화 되면서 이전투구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기획재정부와 의원 간 맞고발과 무차별 폭로가 이어지고 여야는 연일 날 선 공방을 거듭해 정국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사건은 의원의 정보취득 과정이 적법했는지와 이번에 공개한 청와대 업무추진비 내역이 사용 규정에 부합하느냐가 핵심 쟁점이다. 행정부 감시가 국회의 고유 업무이긴 하지만 그 절차적 정당성도 매우 중요하다.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만큼 당사자들은 공방을 자제하고 수사에 협조하는 게 옳다. 청와대 업무추진비 등의 사용규정 부합 여부는 정치적으로 폭발력이 훨씬 큰 사안이다. 정부의 업무추진비는 국민의 혈세라는 사실을 직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는 감사원 감사와 검찰수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철저히 규명함은 물론 검찰 수사나 감사원 감사가 미진할 경우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그 진상을 낱낱이 밝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