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을 넘은 개량한복, 고궁서 퇴출
기자수첩/ 선을 넘은 개량한복, 고궁서 퇴출
  • 주현태
  • 승인 2018.10.25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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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지난달 종로구청이 문화재청에 “전통한복이 아니면 고궁출입 혜택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뒤 이같은 내용이 많은 국민의 입에 오르고 있다.

문화재청은 한복의 대중화를 위해 <한복 착용자 고궁 무료 입장>이란 제도를 만들었다. 이에 경복궁, 창덕궁 등 종로구에 소재된 옛 고궁에선 한복을 입은 사람은 입장료를 내지 않고 입궐할 수 있다.

하지만 전통한복을 입은 사람들은 소수고, 리본이 달려있거나, 짧은 치마, 형광색인 개량한복을 입은 사람들이 주를 이루면서, 종로구청은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소재 불명한 개량한복’은 잘못된 한국인의 문화를 사라지게 만들고 옛 왕궁에 들어가는데 고전적인 한복을 입지 않는 것은 선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영종 구청장은 2017년 11월2일 시정신문으로 보낸 기고문을 통해 “한복은 한국인들이 가장 오랜 기간 착용한 고유의 의복으로 민족의 정체성이며 자긍심이라고 할 수 있다. 한복은 단순한 의복의 의미를 넘어 한국인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으며, 한복을 제대로 알고 입는 것만으로도 우리 전통문화의 품격과 가치가 한층 더 올라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으며 전통한복만을 입고 고궁을 무료로 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종로구 음식점 116개가 한복 착용자에게 주던 10% 할인 혜택에서도 개량 한복을 입은 자는 제외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이런 종로구청의 의지와는 다르게 문화재청과 종로구 상인들은 현실적이지 않다는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종로구에서 한복 대여업을 하고 있는 이필제(가명) 씨는 “종로구청의 입장은, 대중화되고 있는 한복문화를 퇴보시키고, 고궁 인근 상인들의 싹을 자르는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이와 같은 논쟁이 불거지면서 많은 사람들도 자신들의 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한복을 입는 것은 하나의 이벤트다. 대한민국에 자라나는 어린이부터 청소년 그리고 심지어 글을 쓰고 있는 기자까지, 일생동안 한복을 몇 번이나 입을 수 있겠는가.

그렇다고 한다면 개량한복을 입는 것도 사복과 비교했을 때 대한민국의 문화를 전 세계에 알리는데 도움이 되고 장기적으로는 우리의 문화로 정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종로구청은 전통한복정책을 관철시키기 위해선 지금 당장이라도 전통한복과 개량한복을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매뉴얼을 정해놓고, 국민들이 무분별하게 ‘한복’이라고 부르는 것을 차단시켜야 할 것이다.

또한 기존의 혜택을 없애 분란을 일으키는 것보다, 전통한복을 입은 사람을 위한 또 다른 혜택을 만들어 관광객의 선택권을 주는 것이 옳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