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위정자는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 신중해야
시청앞/ 위정자는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 신중해야
  • 시정일보
  • 승인 2018.10.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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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道也者(도야자)는 不可須臾離也(불가수유리야)니, 可離(가리)면 非道也(비도야)라. 是故(시고)로 君子戒愼乎其所不睹(군자계신호기소부도)하며 恐懼乎其所不聞(공구호기소불문)하니라.

이 말은 中庸(중용)에 나오는 말로서 ‘도라는 것은 잠시라도 떠날 수 없으니 떠날 수 있으면 도가 아니다. 그러므로 군자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에 더욱 경계하고 신중하며 남들에게 들리지 않는 것에 더욱 두려워한다’는 의미이다.

성을 따르는 것 즉 인간이 날 때부터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본연의 성을 따르는 것이 도이다. 따라서 인간은 잠시라도 도를 떠날 수가 없다. 도는 바로 인간이 가야 할 길이요. 언제 어디서나 무엇을 하든 간에 도가 없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도를 떠날 수 없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도를 떠난 듯 하고 도에서 벗어난 듯 보이는 것은 왜인가. 이는 도가 人欲(인욕)에 의해 가려졌기 때문이다. 天理(천리) 즉 성선이 인간에게 부여된 이성적 측면을 말하는 것이라면 인욕은 인간에게 내재된 동물적 속성 같은 것을 말한다. 어차피 동물인 이상 인간에게는 누구나 천리와 더불어 인욕이 내재돼 있다. 다만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따라서 인욕을 버리고 천리가 발현되면 도를 얻고 인욕이 천리를 억누르면 도를 잃게 된다. 천리가 발현되느냐 인욕이 기승하느냐의 갈림길은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은밀한 곳 즉 자기 자신만의 내부 세계에서 결정된다. 따라서 군자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것에 신중히 하고 두려워해야 하는 것이다.

작금에 들어 국회의원의 입법 활동 및 정책 개발을 돕기 위해 지원되는 예산이 개인 쌈짓돈처럼 유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돼 국회 윤리가 또다시 도마에 올랐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500만원 이하의 소규모 정책연구 용역은 수의계약을 허용하는 제도의 맹점과 연구결과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국회 사무처의 도덕적 해이가 빚어낸 결과로 특수활동비 논란에 이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의혹을 밝혀낸 시민단체들은 유용사례와 해당 의원을 검찰에 고발할 예정이어서 파문은 더욱 커지고 있다. 모 국회의원은 지인이나 측근에게 500만원 이하의 연구용역 여러 건을 발주한 뒤 나중에 이 돈을 돌려받는 편법을 사용했는가 하면 모 의원은 실체가 불분명한 단체에 8번에 걸쳐 4000만원의 용역을 발주하면서 보고서 표절을 묵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 투명성 강화에 그 누구보다 앞장서야 할 국회가 이런 구태를 반복하고 있으니 적폐 온상이 따로 없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위정자는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더욱 경계하고 신중하며 남들에게 들리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더욱 두려워해야 한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곱씹으며 씁쓸함을 지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