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관회의 탄핵 검토해야…길고 험한 진통 감당하길
사설/ 법관회의 탄핵 검토해야…길고 험한 진통 감당하길
  • 시정일보
  • 승인 2018.11.22 1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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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 로마에 가면 로마사람처럼 행동하라.’는 말은 흔하게 듣는 말이다. 로마는 신이 가장 가까이 서성이는 나라다. 성탄절과 부활절에는 교황의 메시지를 듣기 위해 광장에 수십만 성도의 운집은 천년의 전통이다. 로마인의 이야기를 19권에 기록한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의 융성 시기는 법과 제도가 바로 섰던 시절이었다고 기록한다. 신의 기도와 윤리의 시간이 로마를 융성하게는 못했다.

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에 대해 “징계 절차 외에 탄핵소추 절차까지 함께 검토돼야 할 중대한 헌법위반 행위라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고 의결하고 있다. 탄핵 촉구나 의견을 전달하는 것은 3권 분립에 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 표현을 완화한 흔적을 보인다. 그러나 6월 1차 법관대표회의 때 ‘형사 절차를 포함하는 진상조사’를 촉구해 검찰 수사로 이어지게 했다. 사실상 탄핵 촉구를 결의한 것이다. 105명이 표결에 참가해 53명이 찬성했고 43명은 반대, 9명은 기권했다. 1표만 부족했다면 부결될 수도 있었던 극적인 결과였다. 반대 측은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이고 기소 여부가 불확실한 상태라며 반대했다. 찬성 측은 실추된 사법부 신뢰 회복을 위해 스스로 자정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찬반의 어디에 섰든 간에 법관들은 탄핵 촉구가 가결될 수밖에 없었던 의미를 곰곰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실제 법관 탄핵 절차가 진행될지는 불투명하다. 여당인 민주당이 야당인 민주평화당, 정의당은 법관 의결에 “환영한다”고 밝혔지만,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법관 탄핵 소추안은 국회 제적의원 3분의 1이상의 동의로 발의 되고, 재적의원 과반수가 찬성해야 통과된다.

헌정 사상 판사에 대한 탄핵 소추안 발의는 1985년 시국사건 재판으로 촉발된 ‘2차 사법파동’ 때의 유태홍 전 대법원장과 2009년 광우병 시위 재판과 관련해 신영철 전 대법관을 겨냥해 두 차례가 있었다. 유 전 대법원장의 경우 국회 표결이 부결됐다. 신 전 대법관은 여당의 표결 거부로 무산된 바 있다.

첫 법관 탄핵 촉구 의결은 길고 험한 진통은 분명하다. 사법부의 불신의 끝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국민감정이다. 제아무리 로마가 신의 가호가 있어도 법이 제대로 서지 못했다면 오늘의 역사도 없다. 사법논단 판사에 대한 탄핵을 요구한 판사들의 의결을 겸허히 수용하는 국회가 되어야 한다. 그것이 미래로 나가는 참된 국가의 모습으로 바로 서게 된다.

로마에 가면 8만2000 그루의 우산 소나무가 있다. 20~30미터의 크기로 자라고 있다. 로마교황청은 소나무에 번호를 붙여서 정성을 다하여 가꾸고 있다. 우산 소나무는 로마 시민 모두에게 평등한 그늘이 되기 때문이다.

법은 국민의 우산이다. 우산이 비바람에 넘어가면 법관 스스로가 바로 세울 때 국민의 법 우산이 된다. 험한 탄핵 길을 지나면 새로운 법의 길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