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법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천리에 귀 기울여야
시청앞/ 법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천리에 귀 기울여야
  • 시정일보
  • 승인 2018.11.2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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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法者君命也(법자군명야) 不守法(불수법) 是不遵君命者也(시불준군명자야) 爲人臣者(위인신자) 其敢爲是乎(기감위시호). 確然持守(확연지수) 不撓不奪(불요불탈) 便是人欲退(편시인욕퇴) 聽天理流行(청천이유행).

이 말은 목민심서(牧民心書) 봉공육조(奉公六條) 수법(守法)편에 나오는 말로서 ‘법이라는 것은 임금의 명령이니 법을 지키지 않음은 곧 임금의 명령을 받들어 행하지 않는 것이다. 신하된 자가 감히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법을 확고하게 유지하고 지켜 오로지 굽히지도 않고 빼앗기지도 않으면 사람은 욕망을 물리치고 천리의 흐름에 귀 기울이게 될 것이다’라는 의미이다.

책상위에 대명률(大明律) 한 권과 대전통편(大典通編) 한 권을 놓아두고 항상 펴 보면서 그 조문과 사례를 두루 알고 있어야 법을 지키고 명령을 시행하며 송사의 판결 및 기타 여러 가지 공무를 수행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무릇 법의 조항에 금지된 것은 조금이라도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니 비록 오랜 전통으로 이어져 오는 고을의 관례가 있더라도 진실로 국법에 현저히 위배되는 것은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작금에 들어 전국 법관대표들이 전 대법원장 시절 이른바 사법농단 의혹에 관해 사상 초유의 법관 탄핵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모았다는데 대해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법관회의는 ‘법원행정처 관계자가 정부 관계자와 특정 재판 진행 방향을 논의하고 의견서 작성 등 자문한 행위’나 ‘일선 재판부에 특정 내용·방향의 판결을 요구하고 의견을 제시한 행위’에 대해 중대한 헌법 위반 행위라고 지적했다. 헌정 사상 현직 법관이 탄핵된 전례는 없었다.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법원 조직이 스스로 법관 탄핵을 입에 담는 일 자체가 하나의 사건이며 특히 법관들을 대표하는 공식기구가 탄핵 필요성을 확인한 것은 검찰 수사만으로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힘들다는 자각의 뜻이 담긴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법원행정처의 자료제출 거부와 잇따른 압수수색 영장 기각으로 재판의 공정성조차 의심받는 상황이었다. 형사법상의 유무죄와 별개로 재판 독립을 침해한 행위가 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명백히 위헌적이라는 법원 내부의 자각과 반성은 만시지탄의 감은 있지만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 생각된다. 껍질을 깨는 아픔이 없고서는 추락할 대로 추락한 사법부의 위상을 곧추 세울 수가 없다. 국회가 법관 탄핵소추를 논의하고는 있으나 법원 안에서 스스로 이런 주장을 내놓은 것은 처음으로 이제는 국회가 화답할 차례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