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매사 스스로 밝게 해 근본을 잃지 말아야
시청앞/ 매사 스스로 밝게 해 근본을 잃지 말아야
  • 시정일보
  • 승인 2018.12.10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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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不知心體瑩然(부지심체형연)하여 本來不失(본래부실)하면 卽無寸功隻字(즉무촌공척자)라도 亦自有堂堂正正做人處(역자유당당정정주인처)니라.

이 말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서 ‘마음 바탕을 스스로 밝게 하여 근본을 잃지 않으면 비록 공로가 없고 배운 것이 없더라도 스스로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의미이다.

에라스무스는 그의 저서 <우신예찬>에서 사람이란 값어치가 없으면 없는 만큼 자만이 강하고 뻔뻔스러우며 차츰 오만해지고 차츰 뻐긴다고 했다. 자만심이야말로 모든 지혜의 막다른 길이 아닐 수 없다. 마음 바탕을 스스로 밝게 하여 근본을 잃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러한 뻔뻔스러움과 오만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 사람은 그런 뻔뻔스러움과 오만을 일찌감치 그의 몸과 마음으로 깔고 앉아 있기 때문이다. 밖으로부터 보고 듣고 하여 자신을 이루지 말라.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자신을 밝게 하여 그 빛으로 바깥을 비추며 자기 자신을 이루어 나가야 할 것이다.

작금에 들어 사법농단 사태에 대한 검찰 수사에 따라 헌정사상 처음으로 전 대법관에 대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것에 대해 우리는 참담한 심정을 금할 수 없다. 사법부는 권위와 신뢰를 상징하는 대법관과 대법원장의 동시 사법처리라는 참담한 현실을 앞두고 있다.

검찰은 사법농단 사건이 특정인의 개인적 일탈이 아닌 업무상 상하관계에 의한 지시·감독으로 이뤄진 범죄행위임을 전제, 이미 구속된 임 전 차장이 박·고 전 대법관 몰래 사적 이익을 위해 범행한 게 아니고 두 전직 행정처장이 임 전 차장의 직속 상급자로서 더 큰 결정권한을 행사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사실 재판 독립이나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헌법적 가치로 사법농단은 명명백백히 규명돼야 마땅하다.

사법농단은 법의 권위와 사법정의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를 깨뜨림으로써 공정한 법규범 하에서의 자율적인 삶과 경쟁을 통해 번영을 꾀하는 자유민주주의의 근본이념에도 반하며 판사와 법원의 권위는 물론 입헌민주주의 법질서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중차대한 범죄행위이다.

이번 사건은 최근 법관대표회의가 주장하는 정당성 여부와 관계없이 사법부 최대의 위기를 맞아 바닥으로 떨어진 신뢰를 회복하려면 괄골요독(刮骨療毒)의 자세로 철저하게 자정을 해 사법부 독립과 헌법가치를 기필코 수호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