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혼돈의 새벽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사설/ 혼돈의 새벽에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 시정일보
  • 승인 2018.12.20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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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2018년도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를 발표했다. 전국 초, 중, 고교생 2만726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그토록 존경하던 초등학교 학생들의 교사에 대한 희망직업이 운동선수로 변했다. 2007년의 통계는 4위에 그친 운동선수가 2018년에는 1위로 올랐다. 줄곧 1위를 차지하던 교사는 2위로 내려앉았다.

모두가 사회의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유치원부터 시작된 중·고·대학의 비리는 입에 담기 어렵다. 교사, 교수의 형사범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 교사부재의 현상이다.

운동선수는 늘 정의롭다. 자신의 노력만큼의 인격적 대우는 물론, 경제적 안정을 준다.

최근 베트남에 희망의 축구를 쏘아 올린 박항서 감독의 매직 신화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라는 점에서도 주목이 된다. 10위까지의 순위에는 정치인은 없다. 할아버지가 초등학생 손주에게 커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 물었던 적이 있다. 십중팔구가 대통령이었다. 할아버지의 입 꼬리에 웃음이 떠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그런 질문을 하는 할아버지도 없다. 초등학생의 대답도 대통령이라는 희망은 아예 없어졌다.

재미있는 현상은 10년 전에는 듣지도 못한 유튜버라는 직업이 5위에 올랐다. 새롭게 등장한 초중고의 희망직업으로 유튜버와 뷰티디자이너가 새롭게 등장하는 것은 학생들의 생각이 어디에 있는가를 알게 한다. 유튜버와 뷰티디자이너는 모두가 자유로운 직업에 속한다. 누군가의 속박에서 벗어난다.

직업이 인기순위에서 바뀌는 것은 시대의 반영이기에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심각하게 우려하는 직군도 있다. 과학자를 꿈꾸는 초등학생이 없다. 2017년에 희망직업에 과학자가 10위권에는 들어 있었다. 2018년에는 아예 순위에서 빠진 것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고등학생의 희망직업에서는 8위에 올라와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기초과학을 강화하겠다며 예산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박사 연구원이 부족한 현실이다. 이 같은 경우는 인재가 갈 곳이 없다는 현실 반영과 무관하지 않다.

박흥규 고려대 교수는 “연구비가 있어도 연구 인력을 뽑을 수 없다”고 말한다. 서울대와 한국과학기술원조차 채용할 인재가 없는 실정을 토로한다. 젊은 연구원들의 처우가 열악하다는 증거다.

서울대 이탁희 교수는 “좋은 연구원을 유치하려면 연봉이 7000만원은 돼야 하는데 4000만원밖에 주지 못하는 현실”이라 고 한탄했다.

인구 수급부족에 정부가 정책을 펼치는 것은 이미 늦은 것과 같이, 과학기술인의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나서 정책을 만드는 것은 후회의 시간이 된다.

과학기술부를 비롯한 관련 정부는 우수인력의 학계, 기업진로에 머리를 맞대고 연구해야 한다. 삼성전자의 세계 1위는 영원하지 않다. 일본의 과학이 한국의 전자과학 앞에 무너졌듯, 한국의 과학수급에 인재양성은 물론 사회진출 활성화에 역점을 두고 정책을 펼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