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일보]欲路上事(욕로상사)는 毋樂其便(무락기변)하여 而姑爲染指(이고위염지)하라 一染指(일염지)하면 便深入萬 (변심입만인)하리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서 ‘욕정에 관한 일은 쉽게 즐길 수 있지만 잠시라도 가까이하지 말라. 한 번이라도 가까이하면 만길 구렁으로 떨어지고 만다’는 의미이다.
베르나노스는 그의 작품 <어떤 시골신부의 수기>에서 욕정은 인류의 옆구리에 입을 벌리고 있는 신비한 상처라고 했다. 인간에게만 있는 욕정과 양성을 접근시키는 욕망을 혼돈하는 것은 종기자체와 종기가 나서 무서우리만큼 종기의 모양이 흉하게 되어 모양을 닮게 되는 수가 있는 부위를 혼동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또 사회는 부끄러운 상처를 감추기 위해 예술의 온갖 매력적 도움을 빌어 굉장히 애를 쓰지만 죄에 대해서 얼마간의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욕정이 그 기생적인 생장작용과 그 추악한 번식으로 끊임없이 생식력으로 질식시키려 든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욕정이야말로 우리 인류의 모든 결함의 근원이며 원리라고 못 박고 있다. 욕정은 웬만해선 붙들어 맬 수가 없다. 어디에고 파묻어 둘 수도 없다. 욕정에 파묻히는 일 그것이 바로 도리에 어긋나는 행동이다. 한번 도리에 맞지 않는 일이 저질러지면 되돌려 놓기가 그만큼 어렵다.
작금에 들어 심석희 선수에 이어 신유용 전 유도선수가 고교 시절 코치에 대해 성폭행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체육계 미투 폭로가 확산되고 있다. 체육계는 지도자와 선수 간 위계질서가 엄격하고 대회출전이나 진학·취업 등 선수의 미래를 지도자가 좌지우지하는 경우가 많은 편이다. 학맥이나 인맥 등 연줄로 얽혀 있어 성폭력을 당하더라도 알리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폐쇄적인 체육계는 사제 관계 등 위력에 의한 규율이 엄격해 상습체벌이나 성폭행 등의 범법행위가 드러난다 해도 온갖 협박과 회유, 국제대회 성적 등을 이유로 유야무야되거나 솜방망이 처벌만 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과 제 식구 감싸기가 결국은 체육계에 만연한 폭력행위와 성폭력을 키운 것이나 다름없다. 이번 심석희 선수와 신유용 선수의 용기 있는 고백이 결코 헛되지 않도록 체육계를 정화하는 계기가 되도록 해 선수들이 지도자들을 믿으며 운동에만 전심전력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