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할 말 하는 정부
특별기고/ 할 말 하는 정부
  • 김국헌 전 국방부 기획국장
  • 승인 2019.01.17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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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국헌 전 국방부 기획국장

 

[시정일보]이낙연 총리가 강제징용 문제 대응을 총괄하는 국정 현안 점검회의에서 “일본정부 지도자들이 자국내 정치적 목적으로 자국민의 반한 감정을 자극하고 이용하려 한다는 시각이 한국에 있다. 이 사실을 일본 지도자들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일본인에 대하여 각별한 이해를 가지고 있는 총리로서 일본인의 진정 어린 반성을 촉구하는 은근하면서도 깊이 있는 표현이라고 본다. 아베 신조 총리는 관방장관으로 하여금 곧 반박성명을 발표했으나 이런 자세로서는 이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대마도가 일본에 귀속한 것은 명치유신 후다. 이승만 대통령은 대마도가 본래 우리 영토였다는 생각을 가진 세대였으나 건국 후 대마도 영토권을 주장하지는 않았다. 1910년 프린스턴 대학교에서 국제정치학 박사를 취득한 학자로서 당시는 이미 대마도에 대해 영토권을 주장하지 못하게 된 상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대마도를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져가자고 했으면 일본은 펄쩍 뛰며 응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독도를 국제사법재판소에 가져가자는 일본 요구에 응하지 않는 이유도 이와 같다. 역사적 근거가 분명하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점유하고 있는 독도를 남들과 가리자고 할 일이 안 되기 때문이다.

명성황후에 대한 일본의 죄악을 입장 바꾸어 생각해보라. 일본 쇼다 미치코 황후가 한국인에 의해 납치되어 살해되고 황궁 앞 二重橋에서 불살라졌다면 일본 국민은 어찌할 것인가? 위안부 문제를 역지사지해보라. 그것이 저희 딸과 손주 일이었다고 해보라. 일본은 종군 위안부가 동남아 각지에서 행해진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만주에 진주한 소련군이 일본 부녀자를 무수히 능욕한 것에 대해 항의도 못하는가?

일본은 대사관 앞 소녀상 철거를 우선 내세운다. 이것이야말로 종군 위안부가 얼마나 야만스러우며, 문명국으로서 얼굴을 들 수 없는지를 스스로 밝힌 것이 아닌가? 위안부 문제를 화해 치유재단의 돈 약간으로 해결한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이었다. 이것으로서 이 문제가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되었다는 구절을 일본이 굳이 넣고자 하던 것은 스스로 마땅치 않음을 알고 있다는 것이 아닌가?

년 독일 브란트 수상이 아우슈비츠 유태인 강제수용소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을 때 인류는 전율할 만한 감동을 느꼈다. 이로써 홀로코스트에 대해 ‘용서하라 그러나 잊지 말라’던 유태인뿐 아니라 온 유럽과 세계가 감동하지 않았던가? 1990년 10월3일 독일이 통일될 때 베토벤 합창교향곡이 울려 퍼졌다. 인류는 환희의 송가에서 독일이 통일되어 또 무슨 잘못이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보다는 독일 통일이 마땅하고 바람직한 것이며, 유럽과 세계에 기여할 것이라는 축복을 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일본에 바라는 것은 이러한 차원이다.

일본국민 일반은 위안부 문제에 대한 유감 표시는 이만큼 했으면 됐다는 생각을 하며 일종의 피로감을 나타낸다. 일본에 주재했던 역대 외교관들은 한일관계가 중요하니 이런 문제는 가급적 건들지 않는 것이 좋다고 듣기 좋은 말만 한다. 독도와 위안부 문제가 이렇게 된 것은 김종필·大平 메모와 한일기본조약부터 문제가 있었다.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은 이를 한자도 바꿀 수 없는 금과옥조로 받들어왔다. 이제 이 문제를 원천적으로 다시 들여다볼 때가 되었다. 한일우호관계가 중요함은 말할 수도 없지만 우리의 독립과 자존에 관해서는 한 치의 흐트러짐이 있어서도 안 된다.

미국이 이 문제에 관련하여 일본 편을 들게 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 문제는 공분을 사는 일이다. 한미일 친선 우호 관계는 다져나가되 분명히 할 것은 분명히 해야 한다. 그래야 미국과 일본, 그리고 중국으로부터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일개 당파의 영수에 지나지 않는 아베 신조만이 아니라 양식 있는 일본 국민을 상대로 공공외교를 펼쳐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