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문인협회 선거 이래서 되는가
사설/ 한국문인협회 선거 이래서 되는가
  • 시정일보
  • 승인 2019.01.1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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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한국을 대표하는 한국문인협회(이하 문협) 27대 이사장을 뽑는 선거가 11일부터 25일까지 시행 중이다. 문협의 선거는 한 장소를 정해서 투표하는 방식으로 진행하지 않고 1만5000여 명의 회원들이 우편 투표로 실시한다. 선비들의 명예로운 집단이라는 자부심으로 인해 문협은 자긍심과 자부심이 있다.

그러나 이 자리를 위한 선거는 일반 선거에서 나타나는 문제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마치 정치인들이 빈 공약을 내걸고 당선만 되고 보자는 식의 선거전이 되고 있다. 25대 선거에서는 당선 무효소송까지 불사하는 일도 있었다.

현 집행부인 26대 문효치 이사장은 100억 모금이라는 공약을 내걸고 회원들의 적극적인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하지만 문 이사장은 4년 동안 100억의 공약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같은 집행부인 상임 부이사장 이 모씨가 출마를 했다. 26대 집행부의 공동책임자인 이 씨가 공약에 어떤 미안함이나 사과도 없이 27대 이사장 선거에 출마했다. 이런 행보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에 1년에 한두 번 나오는 신문에 이씨측의 입장을 담는 변명의 글이 신문기자의 기명도 없이 게재, 문협 회원에 배포하고 있다. 기사의 아래는 문단의 원로의 사진이 들어간 신문광고를 교묘하게 배치, 지지하는 형식을 모양을 만들었다. 이 사실을 몰랐던 원로문인들이 뒤늦게 항의하는 일도 일어났다.

이 신문은 100억의 모금은 시대적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고 강변한다. 대통령이 탄핵이 되고 대기업의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에 소환되는 상황에서 정부와 기업에 모금이 어려웠다는 허망한 변명의 주장을 펴고 있다. 글은 신문의 형태를 빌었으나 가짜 신문으로 보인다.

대집행부가 내건 또 다른 공약에는 남북한의 교류와 동포문인 초청 등 10여개의 공약이 들어 있다. 신문은 국가정책과 직결되는 문제로 북핵문제로 어쩔 도리가 없다는 핑계를 가지고 일방적으로 이씨측만을 두둔하고 나섰다.

회원들은 문협이 발간하는 잡지의 질적 향상과 필진의 공평한 청탁을 요구했다. 그러나 회원이 요구하는 공정한 방향과 멀어진 형태를 보였다. 심지어 회원이 아니며 미투에 연루된 연극인을 특집으로 기획하기도 했다.

문협에서 수여하는 10여개의 각종 문학상은 규정과 상반된 선거용으로 이용했다. 1명이 받아야 하는 상을 선거 시즌에는 5명에게 주는 선거용 시상식이 되기도 했다. 여기에 문 이사장이 몸담았던 잡지 출신들이 대거 상을 받는 파행을 낳기도 했다.

이러한 문협의 선거가 과연 선비집단의 선거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대학총장과 재향군인의 선거가 말썽을 빚자 국회에서는 이들의 선거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위탁하는 문제가 대두되는 일도 있다. 문협 선거만은 여타 사회단체처럼 파행을 보여서는 안 된다. 선비의 공동체는 국가와 같은 권위가 있다는 점에서 이 자부심을 잃어버리는 추잡한 일이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