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담이 주는 교훈
속담이 주는 교훈
  • 시정일보
  • 승인 2007.01.11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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方鏞植 기자 argus@sijung.co.kr

성동구가 새해 벽두부터 시끌벅적하다. 며칠 전 단행한 4급 인사 탓이다. 성동구공무원들의 대표 격인 전국공무원노조 성동구지부 홈페이지에는 이번 인사의 잘못을 비판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4일부터 시작된 인사반발은 9일에도 이어졌다. ID가 ‘가끔 흐리고 비’인 직원은 9일 ‘일기예보’라는 제목의 글에서 “1970년대 일기예보 같다. 도대체 예상이 맞지가 않아. 예측할 수가 있어야. 알려고 하는 게 나쁜 것이지”라며 꼬집었다.
성동구지부는 5일 성명을 발표하고 구청 측에 이번 분쟁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를 촉구했다. 노조는 만일 이런 약속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시민단체 등과 연대하겠다는 계획을 천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관련부서는 능력과 서열에 따라 인사를 단행했다는 ‘원칙’만 반복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직무수행상 문제가 없는 경우 서열명부순위에 의거, 승진대상자를 결정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노조홈페이지에서 밝혔다. 그는 또 “인사발령이란 잡음을 최소화하고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비공개와 신속한 처리가 일반적인 관례이다”며 이번 인사가 너무 급박하게 진행됐다는 직원들의 비판에 답했다. 기자는 그의 해명을 액면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지만 성동구 직원들은 곧이곧대로 들을까. 아닐 게다.
사실 지난해 7월 현 구청장이 취임했을 때 많은 공무원들은 많은 기대를 가졌다. 9급부터 시작해 공무원의 최고위직급인 1위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성공스토리와 시련에 좌절하지 않는 굳은 의지, 오랜 행정경험으로 닦인 ‘경륜’과 흔들리지 않는 ‘원칙’ 등이 그의 트레이드마크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런 와중에서 성동구 직원들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한 7급 공무원은 “직원들이 별 관심을 갖지 않는 것 같다”고 말한다. 혁명 아닌 ‘개선’으로는 현실을 타개할 수 없다고 느껴서일까. 구청장은 이런 절망과 박탈감을 풀어줘야 한다. 속담에 ‘구관이 명관’이라는 말이 있다. 더 이상 이 말에서 가르침을 얻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