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칼럼/ 자치단체 주도의 초등 저학년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해야
단체장칼럼/ 자치단체 주도의 초등 저학년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해야
  • 오승록 노원구청장
  • 승인 2019.01.31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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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록 노원구청장

[시정일보]지난해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 사회위원회’가 초등학교 저학년 하교 시간을 3시로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저학년 아이들의 돌봄 공백을 메워 맞벌이 부모의 부담을 덜어주고 출산율을 높이자는 취지지만 교원단체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현재 우리나라 맞벌이 가정의 초등 저학년생들은 돌봄 사각지대에 있다. 개인적으로 하교 시간 1시간 연장으로 아이들의 돌봄 환경이 크게 나아질지 의문이다. 현재 학교 교실 내 각종 시설물로 인한 안전문제와 여러 과목의 방과 후 활동이 있는 상황에서 돌봄 교실까지 확보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지역 주민들을 살피는 자치구도 마찬가지다. 노원구는 전국에서 초등학생이 가장 많은 지역이다. 42개 학교에 2만9000여명이다. 이중 맞벌이 가정의 초등 저학년생은 약 5000여명. 하지만 동네 돌봄 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아동은 전체 아동의 12% 수준인 600여명에 불과해 영유아 돌봄 아동 3900여명에 비해 크게 부족하다. 그나마도 저소득 취약계층과 일부 맞벌이 가정 아동에 한하여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열악한 아이 돌봄 환경은 여성의 소득활동 포기로 이어진다. 자녀의 초등학교 입학과 함께 직장 여성은 어쩔 수 없이 직장을 그만두는 사례가 많다.

지자체장으로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째, 자치구가 주축이 된 동네 온종일 돌봄 체계 구축이다. 노원구는 지난해 교육부와 보건복지부, 행정안전부, 여성가족부가 추진하고 있는 ‘온종일 돌봄 생태계 구축 선도 사업‘ 지자체로 선정되었다. 학교와 마을이 연계하여 운영하는 것으로 저녁, 휴일, 방학 등 유형별로 학교나 도서관, 복지관 등 공공시설을 활용한다.

월계 달빛마실, 연촌사랑방, 상계 숲속작은 도서관, 노원아동복지관, 노원1지역아동센터 등 10개소에서 아이들에게 맞춤형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도서관이나 복지관 등 공공시설을 활용한 돌봄은 이전이나 폐쇄 등 시설에 문제가 생기면 운영이 어렵다.

노원구는 ‘아이휴(休) 센터’로 불리는 동네 돌봄시설 확대를 통해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아이휴 센터는 1500세대 이상의 아파트 단지 내 가정집 1층이나 학교 인근 일반주택을 구청이 직접 임차하거나 경로당 등 유휴공간을 리모델링한 시설이다. 방과 후 초등학생들이 내 집과 같은 환경에서 마음 놓고 책을 읽거나 놀이와 휴식을 취할 수 있어 안전하고 아이들 정서 안정에도 좋다.

첫 결실로 지난해 11월 ‘아이휴 센터 1호점’을 열었다. 올해 11개, 2022년까지 총 26개소로 늘려 나갈 계획이다. 시설 당 센터장 1명과 돌봄교사 2명이 4시간씩 근무하고 정원은 30명이다. 부모 소득에 관계없이 맞벌이 가정이 우선이고 겨울방학 기간인 1월부터 2월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학기 중인 3월부터는 오전 7시부터 밤 9시까지 운영한다.

둘째, 사회 전반에 맞벌이 부모를 위한 탄력근무제 활성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해 “육아의 어려움이 저출산과 공동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가와 사회가 아이를 함께 키워야 한다”며 초등 돌봄 공백에 대한 국가책임 강화를 약속했다.

저녁 6~7시까지 운영하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비해 초등 1~2학년은 귀가 후 따로 봐주는 이가 없으면 학원을 전전할 수 밖에 없다. 일률적으로 9시 출근, 6시 퇴근이 아닌 자유롭게 출퇴근 시간을 조정하는 직장 근무 환경이 좀 더 보편화되어야 한다.

자치구 주도의 초등돌봄환경 구축이 국가 미래를 좌우할 저출산 문제 해결은 물론 여성들의 활발한 경제활동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