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피해자 사건기록 열람·복사 익명 처리”
“성범죄 피해자 사건기록 열람·복사 익명 처리”
  • 이승열
  • 승인 2019.02.21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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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법원행정처장에게 관련 규정 정비 권고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국가인권위원회는 성폭력범죄 가해자 측이 신청한 사건기록 사본을 교부할 때 법원이 피해자 인적사항을 익명 처리하지 않은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해당 지방법원장에게 담당자 주의 조치와 직원 직무교육을 권고했다. 또 법원행정처장에게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신상정보 비실명 조치를 위해 재판기록 열람·복사 관련 규정을 정비하라고 권고했다. 

인권위가 18일 밝힌 바에 따르면,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배우자인 진정인은 법원의 사건기록 열람·복사 담당자가 피해자 인적사항이 기재된 복사본을 가해자 측 변호사에게 교부해 신상정보가 유출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인권위 조사 결과, 성폭력범죄 사건 가해자 측 변호사 사무실 직원이 법원에 사건기록 복사를 신청해 교부받는 과정에서 피해자에 대한 인적사항이 그대로 기재된 사본을 교부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가해자 측 변호사가 사본에 적힌 피해자의 주소, 주민등록번호 등을 보고 공탁금 신청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고, 진정인은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기재된 법원의 공탁통지서를 수령했다. 

인권위 침해구제제1위원회는 “법원 담당자의 부주의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가해자가 쉽게 알 수 있는 상황에 놓여 피해자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을 가능성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이 같은 피해자 인적사항 노출로 피해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및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가 침해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관련 규정에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신상정보에 대한 비실명화 조치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책임이 법원 담당자 개인에게만 있다고 보지는 않았다.

현재 검찰사무규칙은 사건기록 열람·복사 신청 교부 시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의 비밀, 생명·신체의 안전, 생활 평온 등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경우 그 범위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법원의 재판기록 열람·복사 규칙과 예규에는 이러한 경우를 비실명화 조치 사유에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인권위는 “성폭력범죄 피해자의 신상정보 유출로 인한 2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재판기록 열람 및 복사와 관련된 규정과 절차를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