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핀테크 은행결제망 개방에 기대를 건다
사설/ 핀테크 은행결제망 개방에 기대를 건다
  • 시정일보
  • 승인 2019.02.28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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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스스로 개방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금융혁신의 승부수’를 던진 일성이다. 25일 오전 금융지주사 회장 및 은행장들과 간담회 자리에서다.

금융위원회와 은행들이 올해 안에 금융결제망을 핀테크 기업들에 전면 개방한다. 결제망 이용료도 10분의 1 수준으로 낮춘다. 금융위는 이런 내용의 ‘금융결제 인프라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이런 방안이 실현되면 소비자들은 카카오페이 토스 등 하나의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여러 시중은행에 접속해 결제하거나 송금을 할 수 있고 지하철 버스 등에서도 간편 결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금융결제망은 시중은행들이 독점해왔다. 은행들도 서로 칸막이로 나뉘어 A은행 앱으로 B은행에 있는 돈을 입출금하기 어려웠다. 은행들이 공동 결제망을 구축하고 핀테크 기업에까지 개방하면 금융회사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서로 경쟁을 벌이면서 다양한 혁신 상품이 시장에 나올 수 있다. 4월에 금융 분야 규제 샌드박스 법인 <금융혁신지원 특별법>까지 시행되면 크게 뒤처졌던 한국의 핀테크에도 다소나마 볕이 들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단번에 실현할 것을 왜 그동안 정부는 규제혁신을 붙잡고 있었는지 의문이다.

미국 영국 등 선진국들은 물론이고 중국까지 앞서나가고 있다. 핀테크 분야를 한국이 쫓아가려면 더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지금 세계는 금융과 기술이 융합한 핀테크(Fintech)를 통해 금융시장과 전통산업에 대대적인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수수료도 없이 개인 간 거래(P2P)로 해외 송금을 하는가 하면, 신용카드나 현금이 없어도 스마트폰으로 QR코드만 찍으면 물건 값이 결제되는 등 새로운 서비스들이 잇달아 나오고 있다.

늦은 감은 있으나 금융위는 ‘00페이’ 등 각종 간편결제 플랫폼에 월 50만원 안팎의 후불결제와 교통카드 기능을 넣는 방안도 추진한다. 고객의 충전 잔액이 부족해도 외상으로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도록 추진한다. 현재는 후불결제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리 충분한 잔액을 충전하거나 은행 계좌와 연동하는 방식으로만 결제할 수 있다. 금융위는 현재 200만원인 충전 한도는 300만~500만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고가의 가전제품이나 항공권, 여행상품 등도 간편 결제로 살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해외여행이나 해외 직구(직접구매)를 할 때 간편 결제로 외화를 결제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금융위는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거쳐 근로자 연말정산 때 간편 결제에 대해 신용카드보다 더 큰 공제 혜택을 주는 방안 등도 추진하기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정보통신기술, 바이오 등 신산업5개 분야 700개 기업에 실태 조사를 해보니 “규제 때문에 사업추진에 차질을 빚었다”는 기업 가운데 핀테크 분야가 70.5%로 가장 많았다. 금융당국의 규제 혁신은 늦은 감이 있다. 이제라도 좀 더 속도를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