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욕망의 길 눈앞엔 모두 가시덤불 뿐
시청앞/ 욕망의 길 눈앞엔 모두 가시덤불 뿐
  • 시정일보
  • 승인 2019.03.0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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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天理路上(천리노상)은 甚寬(심관)하여 稍遊心(초유심)하면 胸中(흉중)이 便覺廣大宏朗(변각광대굉랑)하며 人欲路上(인욕노상)은 甚窄(심착)하여 寄迹(재기적)하면 眼前俱是荊棘泥塗(안전구시형극니도)니라.

이 말은 菜根譚(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써 ‘천리의 길은 너무나 넓고 커서 거기에 조금만 마음을 두면 가슴속이 확 트이고 밝아진다. 욕망의 길은 한없이 좁아 거기에 조금이라도 발을 들여 놓으면 눈앞엔 모두 가시덤불과 진흙탕뿐이라’는 의미이다.

꽃이 날아 왕골이나 부들로 만든 자리위에 떨어지기도 하고 뒷간에 떨어지기도 한다는 말이다. 이런 것들이 모두 천지자연의 이치로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는 것이 아님을 이르는 말이기도 하다.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없는 그러한 천리의 길에는 조금만 들어서도 가슴속이 확 트이고 밝아지기 마련이다. 그러나 사람이 만들어 내는 욕망의 길은 어떤가. 그곳에는 처음부터 원인과 결과의 약속이 있다.

작금에 들어 단위농협·수협·산림조합장 1343명을 뽑는 오는 13일 전국 동시 선거를 앞두고 금품 살포 등 불법 행위들이 광범위하게 자행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28일까지 불법행위 298건이 적발돼 298명이 검거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품선거로 적발된 인원만 202명에 달할 정도로 극심한 혼탁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조합장은 단위 농협의 최고경영자로 임직원의 인사권과 경제 사업권, 대출한도 조정, 예산 재량권, 파산 신청권, 농산물 판매 등 막강한 권한을 갖는다. 그러므로 4년 전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체제로 바뀌게 된 것도 엄격한 선거 관리로 불·탈법 행위를 막고자 하는 것이었는데 작금의 상황은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음성적인 선거를 부추기는 구조 자체를 바꿔야 한다.

선거운동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 현행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조합원들은 가뜩이나 경기가 안 좋아 어려움을 겪는데 조합장 후보자들이 이권에만 눈이 멀어 온갖 불법을 저지르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단위조합장 선거는 전 국민이 관심을 쏟는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 등과 달리 국민 감시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불법 돈 선거는 그 어떤 이유로도 용납돼선 안 되며 당국의 엄중한 조치가 요구된다. 허점투성이인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행태도 관련 법 개정을 통해 반드시 바로잡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