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없는 ‘지속가능한 건강도시’ 종로의 변신
미세먼지 없는 ‘지속가능한 건강도시’ 종로의 변신
  • 이승열
  • 승인 2019.03.14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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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1번지, 건강1번지’ 이끄는 김 영 종 종로구청장
김영종 종로구청장(오른쪽 세번째)이 지난해 3월 광화문광장에서 주민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물청소를 하고 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오른쪽 세번째)이 지난해 3월 광화문광장에서 주민자원봉사자들과 함께 물청소를 하고 있다.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종로구는 ‘정치 1번지’다. 종로구는 지난 600여년 간 이 나라의 수도였고 왕이 거주하던 궁궐들이 이곳에 모여 있다. 대통령의 집 청와대도 이곳에 자리 잡고 있다. 종로구는 건제순으로 전국 기초자치단체 중에서 제일 앞에 있으며, 총선 개표방송에서도 가장 먼저 나온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기 지역 국회의원이 누군지는 몰라도 종로구 국회의원이 누군지는 안다.

종로구는 ‘문화 1번지’다. 600년 고도답게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문화유산들이 종로구에 자리 잡고 있다. 종로구는 한복, 한옥, 한식, 한글, 한지 등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 콘텐츠를 보존·육성하기 위해 가장 노력하고 있는 곳이다. 한글로 된 ‘스타벅스 커피’ 간판을 볼 수 있는 곳은 종로구밖에 없다.

이런 종로구가 최근엔 ‘환경 1번지’, ‘건강 1번지’로 주목받고 있다. 최악의 미세먼지로 전 국민이 고통받고 있는 지금,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구도심 지역인 종로구의 공기질이 오히려 다른 곳보다 깨끗하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이는 종로구가 일찍부터 ‘깨끗한 도시’를 가꾸기 위해 노력해 온 덕분이다. 그 중심에는 ‘지속가능한 건강도시 종로’를 목표로 애써 온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있다.                - 편집자주 -

 

미세먼지, 지방정부의 노력으로 줄일 수 있다

최근 미세먼지로 인한 고통이 극에 달하고 있다.

개구리가 긴 겨울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이었던 지난 6일, 부산과 울산을 제외한 전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졌다. 수도권의 경우 엿새 연속 비상저감조치가 내려진 것으로, 이는 처음 있는 일이었다.

특히 지난 5일은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전국을 뒤덮은 날로 기록됐다.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에 따르면 5일 세종시의 일평균 초미세먼지는 143μg/㎥이었다. 이는 ‘매우 나쁨’의 기준인 76μg/㎥의 2배 수준이다. 서울시도 하루 평균 농도가 135μg/㎥를 기록해 서울 관측치로는 역대 최고치를 달성했다.

이제 미세먼지 대책은 국가는 물론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지상과제가 됐다. 특히 지역 차원의 미시적인 미세먼지 대책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견이 곳곳에서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지방정부의 힘으로 미세먼지를 줄이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는 지난 11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은 분명하게 좋은 결과로 나타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 구청장은 민선 5기 첫 취임 때부터 해온 노력을 소개했다. 그는 “2006년 처음 구청장 선거에 출마했을 때부터 미세먼지 공약을 내걸었다”고 말했다. 종로구가 도심이다보니 자동차 매연이 너무 심했고, 거리에 먼지가 많은 데도 빗자루 청소만 하다보니 봄에는 꽃가루까지 쌓여 도로변을 밟으면 먼지가 훅훅 날리는 지경이었다고 한다. 옛 청계고가가 철거되기 전 청계천 같은 곳은 공기가 소통이 안 돼 코를 막고 지나가야 했다.

당시 김 구청장은 “종로구에서 사람들이 떠나가는 이유는 건강하게 살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교육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환경 때문에 주민들이 이사를 가고 있다고 본 것이다. 그래서 그는 민선 5기 구청장으로 당선된 2010년, 깨끗한 종로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즉시 추진하기 시작했다.

 

민선5기 취임 때부터 매일 물청소

먼저 김 구청장은 2010년, 매일 종로구 전 지역에서 도로 물청소를 실시하겠다고 약속하고 그것을 지금까지 실천하고 있다. 종로구는 비가 오는 날, 눈이 와서 땅이 언 날을 제외하고는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 3시30분부터 동틀 때까지 물청소를 실시하고 있다. 대형 소형 포함해 물청소 차 15대를 운용하고 있고, 분진흡입차량을 이용해 남은 미세먼지도 빨아들인다. 이렇게 청소한 거리가 지난해만 10만6012km에 달했다.

관내 빌딩과 주택의 옥상도 모두 청소했다. 옥상 쓰레기에 쌓인 먼지가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여기저기 날려 공기질을 악화시킨다는 판단이었다. 2010년과 2011년 두 차례에 걸쳐서 무료로 옥상청소를 해줬는데, 그 청소비용만 1억8000만원이 들어갔다. 깨끗하게 치워진 옥상에는 텃밭을 조성해 도시농업을 하게 했다. 이러한 정책으로 환경이 좋아지고 친환경 농산물을 먹을 수 있게 됐으며, 여름철 열섬현상이 완화돼 에너지도 절약됐다. 관내 나무 심기도 꾸준히 장려해 왔다.

여기저기 방치돼 있던 오염원도 모두 없앴다. 공터의 묵은 쓰레기를 모두 치워내고, 땅주인과 협약을 맺어 모두 텃밭으로 바꿨다. 2010년부터 이곳에서 나온 쓰레기만 1280톤에 달했고, 3000평 규모의 땅을 확보했다. 지금은 쓰레기가 쌓여 있는 빈 공터가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줄었다. 관내 공사장, 철거현장도 점검하고 매연차량에 대한 단속·점검도 실시했다.

실내공기질 개선에도 나섰다. 이것도 김 구청장이 취임하자마자 2010년 가을부터 시작한 일이다. 1700만원을 들여 실내공기측정기를 구입해, 취약계층이 있는 어린이집과 경로당, 다중이용시설인 극장, 영화관은 물론 당구장과 골프연습장까지 실내공기질을 측정해줬다. 공기질이 안 좋게 나온 곳은 구체적인 관리방법을 가르쳐줬다. 올해도 구는 실내공기측정기 2대를 활용, 동청사와 자치회관까지 더해 508곳의 실내공기질을 관리할 계획이다.

직원과 주민에게는 미세먼지 없애기 캠페인과 교육을 적극적으로 실시했다. 차량 2부제, 대중교통 이용 등을 장려하기 위해 현수막을 달았고, 미세먼지에 관해 주민들이 알아야 할 것을 교육했다.

 

서울외곽 도시보다 ‘공기질 양호’

이러한 노력의 결과는 구체적인 숫자로 드러났다. 먼저 한국환경공단이 지난해 5월15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 보고한 ‘2017~2018 수도권 도로미세먼지 측정 현황’ 자료에 따르면, 종로구의 도로미세먼지는 11μg/㎥으로, 서울 외곽 자치구들보다 많게는 52μg/㎥까지 낮았다. 수도권인 경기도와 인천 역시 각각 45μg/㎥, 51μg/㎥에 달해 서울 도심인 종로구보다 도로 공기질이 훨씬 좋지 않았다. 인천의 한 도로는 미세먼지 농도가 130μg/㎥으로, 종로구보다 10배 이상 높았다.

일반미세먼지의 경우도 도로미세먼지의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지난해 4월6일 전국적으로 미세먼지가 심했던 날 KT가 정보통신기술 인프라를 활용해 서울 등 6대 도시의 공기질을 관측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외곽 지역 한 자치구의 미세먼지가 113μg/㎥에 달할 때 종로구는 76μg/㎥에 불과했다. 주거단지가 밀집한 지역들의 미세먼지가 도심인 종로구보다 2배 가까이 나빴던 것이다. 한 언론은 ‘미세먼지의 반전’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에 대해 김영종 구청장은 “이 같은 결과는 도시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의 차이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구청장은 “지난 8년간 우리는 공기 좋은 종로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고, 그 결과로 실제 공기가 깨끗한 종로가 됐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구청장은 도로미세먼지와 일반미세먼지가 모두 낮게 측정된 것에 의미를 뒀다. 도로미세먼지를 열심히 관리하다보니 일반미세먼지도 줄어드는 인과관계가 입증됐다는 뜻이다.

 

‘지속가능한 건강도시 종로’ 실현 노력

강력한 미세먼지 감축정책 외에도 종로구를 건강도시로 만들기 위한 김영종 구청장의 노력은 이어지고 있다.

김영종 구청장은 올 연초 신년사에서 “‘지속가능한 건강도시 종로’를 만들기 위한 기틀을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속가능발전’과 ‘건강도시’를 종로구가 지향하는 궁극적인 목표로 설정한 것이다. 현재 종로구는 ‘대한민국 지속가능 발전 지방정부협의회’ 회장도시와 ‘대한민국 건강도시 지방정부협의회’ 의장도시를 맡고 있기도 하다.

이 같은 구정철학을 실현하고자 종로구는 올해 1월 조직개편을 통해 ‘지속가능국’을 신설했다. 지속가능국에는 재난안전과, 건강도시과, 도시디자인과, 청소행정과, 환경과를 배치해, ‘안전한 도시’, ‘건강하고 행복한 도시’, ‘아름답고 친환경적인 도시’를 위한 사업들을 펼치도록 했다.

이 중 재난안전과와 건강도시과는 이번 개편으로 신설된 부서다. 김영종 구청장이 ‘안전’과 ‘건강’을 구정의 핵심 키워드로 두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재난안전과는 도시의 안전기능을 더욱 강화하는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맡게 되며, 건강도시과는 개인의 건강관리는 물론, 주민 행복증진 등 사회적건강까지 아우르는 건강도시 업무를 적극 추진한다.

안전도시를 위해서 종로구는 올해 ‘종로구 건축안전센터’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월 조직개편에 따라 도시관리국 건축과에 ‘지역건축안전팀’을 두고 한시적으로 운영하고 있는데, 앞으로 건축안전특별회계 조성 후 지역건축안전팀을 도시관리국 내 건축안전센터로 확대해 정식 운영한다는 계획이다. 건축안전센터는 민간건축물 안전관리, 민간공사장 안전관리, 공공 공간환경사업에 대한 심사·조정·자문 등의 업무를 맡게 된다.

또한 종로구는 ‘주민 모두가 100세까지 건강하고 행복한 삶을 누리는 건강도시’를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먼저 ‘운동하는 종로 만들기’ 사업을 통해 어린이부터 어르신까지 종로구 전역을 아우르는 운동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고령인구 비율과 만성질환 진단율이 서울시 평균보다 높은 지역의 특성을 고려해 어르신을 위한 건강체조를 개발했으며, 건강산책로도 발굴해 주민이 어디서든 운동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는 웰빙(well-being)과 건강(fitness)을 포함한 건강관리시설인 웰니스센터를 가회동에 건립했다. 센터에서는 건강 달인 되기, 나쁜 것은 빼고 건강은 더하는 식생활교실, 행복한 마무리 웰다잉(well dying), 내 몸 바로잡기 운동 등 구민의 생활습관 개선을 돕는 여러 과정을 개설해 구민의 건강지킴이 역할을 실천하고 있다.

김영종 구청장은 “미래세대에게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도시를 물려주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며 “신체적·정신적 건강은 물론, 사회적 건강까지 챙기는 건강도시 만들기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관광버스로 관광객 실어나르는 관광패턴 바꿔야”

   김영종 구청장, 오버투어리즘 해결책 강조

   친환경 셔틀버스 운영, 로컬가이드 양성 등

종로구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오버투어리즘은 ‘과잉관광’으로 해석될 수 있는 용어로, 수용 범위를 초과하는 관광객이 몰려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을 말한다. 북촌이나 이화동 벽화마을, 서촌 등에서는 주거지가 관광지로 변해 원주민이 다른 지역으로 떠나가는 투어리스티피케이션(touristification)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주민과 관광객들의 갈등도 심하다.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종로구, 제주도와 같이 국외 관광객이 대거 몰려드는 곳에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현재 종로구에서는 어떤 대책을 추진하고 있는지, 앞으로의 해결책은 무엇인지 김영종 종로구청장에게 들어봤다.

- 오버투어리즘이 종로구에서 심각하게 드러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구 차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대책은.

“큰 고민거리다. 오버투어리즘은 사람이 너무 많이 와서 발생하는 문제다. 관광버스로 인한 교통사고 위험, 무단주차, 매연은 물론, 관광객의 소음, 쓰레기, 사생활 침해 등 눈에 드러나는 피해가 크다. 게다가 이 같은 피해를 감수하고서도 매출 상승이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일단은 당장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하고 있다. 주차질서 유지라든가, 관광객이 조용하도록 하는 것, 외국어를 할 수 있는 안내자를 투입해서 질서를 지키도록 하는 것들을 시행 중이다. 또 관광객이 방문하지 않는 날을 만드는 휴무제, 관광객 방문 시간대 조정 등의 방안도 주민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다.

하지만 구청 차원에서는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다. 중앙정부와 서울시, 관광협회 차원의 종합적인 해결방법을 찾아야 한다. 당장 주차문제를 해결하는 등의 단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관광패턴을 바꿀 정도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하다.”

- 관광패턴을 바꾼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현재는 대부분 관광버스로 관광객들을 주요 관광지마다 내려주고 일정시간을 주는 방식의 관광을 운영하고 있다. 가이드도 공항에서부터 한 사람만 계속 따라다닌다. 이렇다 보니 교통은 교통대로 막히고, 버스는 전부 매연을 발생해 공기질이 나빠지며, 관광객들은 시간 여유가 없으니 물건을 제대로 사지 못해 매출 상승으로 이어지지도 않는다.

따라서 앞으로는 관광버스는 변두리에 주차하고 청정 천연가스를 원료로 하는 셔틀버스로 관광객들이 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셔틀버스는 10~15분 간격으로 주요 거점을 돈다. 또 경복궁, 북촌, 서촌 등에 모두 적게는 몇명, 많게는 몇십명의 가이드를 배치해 이들을 안내할 수 있도록 한다. 관광객들은 가이드 비용을 내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매연이 줄어 공기가 깨끗해지고 여행질서도 잡히고 일자리도 창출된다. 관광객들도 충분히 여유롭게 도시를 즐길 수 있어 불편을 느끼지 않고 다시 찾아올 것이며, 도심의 매출도 늘어날 것이다.

지금은 주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하나도 없고 매연과 쓰레기만 남는 관광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더 많은 관광객을 수용하면서도 갈등을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