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귀’ 열어야
‘마음의 귀’ 열어야
  • 시정일보
  • 승인 2007.01.19 14:25
  • 댓글 0

최 광 희 특집기획국장


서로의 생각과 느낌을 입으로 말하고 귀로 들으면서 대화할 수 있는 것은 인간에게만 허용된 최대의 축복이요, 능력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직하고 진지하게 말하고 정확하고 순수하게 들으면서 대화를 해야 하는 것은 또한 인간만이 수행할 수 있는 의무요, 권리이다.
그러나 이 의무와 권리를 올바로 행사하기는 너무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조용히 남의 의견을 끝까지 듣기 보다는 서둘러 자기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더좋아하는 경향이 있는 까닭이다.
우리는 보통 남과 이야기할 때 겉으로는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속으로는 이 이야기가 끝난 후에 나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 생각하느라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다. 성질이 급한 사람은 남의 이야기가 채 끝나기도 전에 말을 가로막고 자기 생각을 말해 버리거나, 이야기 중에 질문을 하거나, 새로운 문제를 제기해서 원만한 대화의 진행을 막는다.
요즈음 보도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정치적인 복잡한 상황들은 이러한 계층간의 대화단절이 불러오는 불신과 냉소와 무관심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가정에서는 부모와 자녀가, 학교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사회에서는 상사와 부하직원이, 정치가와 국민이 서로 말이 통하지 않는다고 목소리 높여 불평을 말하면서도 서로의 말은 들으려하지 않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대화란 대놓고 화를 내는 것’ 이라는 풍자적인 정의까지도 나돌고 있는 실정다. 대화의 어려움은 말을 잘 못하는 이유에서라기 보다 말을 잘 듣지 않기 때문에 비롯되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
진정한 대화를 위해서 상대방의 이야기를 잘 들으려는 태도는 어떠한 것인가? 이에 대해 심리학자 레이크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제3의 귀, 곧 마음의 귀’로 들으라고 했고, 상담심리학자 로지스는 ‘적극적인 경청’ 또는 ‘감정이입적인 경청’을 해야한다고 역설한다.
이것은 말해지는 단어만을 피상적으로 듣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왜 이런 말을 하고 있으며 그안에 깔려있는 느낌과 생각은 어떤 것인가까지를 이해하기 위하여, 그의 입장에 서서 주의를 집중해 끝까지 그의 말을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태도는 원칙적으로 상대방을 인간적으로 존중하는마음을 가지고 있어야만 가능한 것이다. 나와 대화하고 있는 상대방의 인간적인 가치를 존경심을 가지고 깊이 인식하고 그가 하는 이야기는 나의 관심과 나의 시간을 충분히 집중해 적극적으로 경청할 가치가 있다고 느끼면서 비판하지 말고 순수하게 끝까지 들어야 하는 것이다.
황금돼지 해를 맞은 지금, 정치, 경제가 매우 혼란스럽다. 더욱이 대선을 앞두고 여·야는 소모스러운 정치경쟁으로 극을 치닫고 있다. 더욱이 올해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국내 기업활동이 극도로 위축된 가운데 온갖 악재만 쏟아지고 있다. 기업들은 정부정책의 불확실성을 이유로 투자를 줄이고 있고 규제완화 등 정부 여당이 추진해온 경제 활성화 입법은 논의가 중단됐다.
지난해 이유없이 놀고 있는 남자가 처음으로 100만명을 넘어 103만3000명을 기록했다고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입만 가지고 떠들어대는 정책, 실속없는 공약은 실망만 더 줄뿐이다. 실행하기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만, 국민들의 이야기를 적극적으로 경청하면서, 정치인들은 말하기만을 좋아하고 듣기는 싫어하는 사람은 결국에 가서 청중을 잃어버린다고 진리를 깨달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