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공공기관 홍보, 좀 더 유연해지자
기자수첩/ 공공기관 홍보, 좀 더 유연해지자
  • 김해인
  • 승인 2019.03.28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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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인 기자 sijung1988@naver.com

 

[시정일보]Q. 구청에서 무슨 일을 하는지 아십니까? A. 잘 몰라요. 그냥 세금 걷나?

사실 대다수의 시민들은 자기 일에 바빠 생각보다 구정에 관심이 없다. 딱딱하고 어려운 일에 관심이 없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모 공무원은 “구청 사업에 매번 새로운 주민이 참여하는 것보다 이미 참여했던 경험이 있는 주민들이 다른 사업에도 참여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청 일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일부임을 밝혔다.

그렇다면 이런 소통 부재의 환경에서 해야 할 일은 뭘까? 바로 제대로 된 홍보다. 21세기는 자기 PR 시대다. 자기 PR을 넘어서 개인 콘텐츠까지 나오는 이 시대에 구청이 적극적 자기 PR을 하지 않는 것은 게으른 일이다.

구청에선 보도자료 돌리고 SNS를 활용하고 있으니 최선을 다했다고 말한다. 정보화 시대에 발맞춰 SNS 홍보를 이어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그 효과는 영 신통치 않다. 모 구청의 공무원은 “어차피 그런 거 한다고 아무도 안 본다”고 말했다. 정말 그럴까?

충주시 페이스북을 이용한 홍보는 누리꾼들에게 굉장히 큰 화제가 됐다. 부러 B급을 노린 재치 넘치는 포스터들을 올리며 홍보하는 방법은 주목을 얻기 힘들다는 시정에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모았다. 서울에 있는 구들과 충주시 페이스북의 “좋아요” 숫자만 비교해도 그 차이가 명확하다. 특별한 일이 아닌 이상 많아야 30 언저리인 서울 자치구들의 좋아요 숫자와 기본적으로 100을 훌쩍 넘기는 충주시의 좋아요 숫자는 영리한 홍보가 어떤 결과를 내는지 증명한다.

이 차이는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관공서는 주어진 일을 예전 방식으로 처리하려고 하는 성향이 강하다. 한번 들어가면 공무원 사회 안에서 내내 고여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자세가 부족해 신선한 아이디어가 나와도 금세 사장된다.

충주시 홍보의 주인공 조 주무관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올리기 전에 직접 보여드리지 않았고 우선 SNS에 올린 후 반응을 보고 좋다 싶으면 그제야 말씀드렸다”고 말했다. 보통 이렇게 새로운 시도가 나오면 이른바 ‘고인물’들이 그건 우리와 어울리지 않다고 퇴짜 놓기 마련이다. 충주시도 마찬가지로 처음엔 “이게 공공기관에 나올 퀄리티냐”란 소리가 나왔다.

지루한 것을 재밌게 만드는 것은 노력의 유무에서 나온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 노력과 시도를 존중해주는 자세다. 딱딱하고 경직돼있는 홍보 방식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신선한 시각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의 위엄은 잠시 내려놓고 구청도 새로운 방식으로 자기 PR을 시작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다면? 큰일이야 없다. 그저 도태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