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시정칼럼 /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19.04.11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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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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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골치를 앓고 있다. 이미 ‘고령사회'에 본격 진입해 2026년이면 고령인구가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 넘는 초고령 사회에 도달하게 된다. 미래 사회는 노인 천국이 된다는 이야기다.

이미 우리나라는 세계 장수국 10위 이내에 진입했다. 지난 8일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 태어난 아기의 기대 수명을 기준으로 할 때 82.7세로 세계 9위에 올랐다. 전년 12위에서 3계단 상승했다. 기대 수명이 가장 높은 국가는 일본(84.2세)이고, 스위스(83.3세), 스페인(83.1세), 프랑스(82.9세) 등의 순이다.

특히 여성의 기대 수명은 85.6세로 일본(87.1세), 스페인(85.7세), 프랑스(85.7세)에 이어 4위였고, 남성은 79.5세로 19위에 머물렀다. 남녀 간 수명 차이가 6.1세로 다른 장수국에 비해 큰 편이다. 암이나 알코올 관련 질환(간 질환·위염), 자살·교통사고 등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사망률이 훨씬 높기 때문이다.

그런데 질병이나 부상·사고 없이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건강 수명은 여성이 75.1세, 남성은 70.7세로 조사됐다. 노인들의 남녀 성비율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 특히 남성들은 분발해야 한다.

나이가 들면 들수록 노인들은 현재의 집에서 계속 살아야하나 아니면 실버타운으로 옮겨야하나 고민한다. 그러다가 건강이 나빠지면 노인요양병원이나 요양원에서 살아야 한다. 노인들이 모이면 어느 지역의 실버타운이 아니 어느 요양원이 좋으냐가 화젯거리다. 가족 부양은 옛날 옛적의 이야기다.

부부가 같은 날 죽을 수는 없다. 그래서 홀몸노인 즉, 독거노인 인구가 증가된다. 부부간의 수명의 격차(6.1세), 그리고 여성은 10.5년, 남성은 8.8년을 아픈 채 노후를 보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싱글노인 문제가 심각하다. 우리가 말하는 돌싱(돌아온 싱글) 이 아니라 80세 이상 된 힘없고 노쇠한 독거노인이라는 점이다.

이제는 노인들은 혼자 사는 연습을 해야 한다. 특히 남자 노인들은 요리강습에 참여하는 등 부인을 잃을 경우, 자립할 것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남자들이 겪어야하는 서버이벌(살아남기) 훈련이 절대 필요한 시점에 도달했다.

한 사례다. 부인을 잃은 남자 노인들은 집을 자주 청소하지 않아 쓰레기가 쌓이고 주변 전체가 지저분해져서 젊은 노인들마저 입주를 꺼리기 때문에 집값도 떨어지고 주변이 점점 시들해져 간다고 한다. 나이가 들수록 좋은 주거시설의 의미가 없어진다. 특히 농어촌에 많이 살고 있는 고령화 쓰나미가 지방을 먼저 훑고 지나가면, 초고령화 문제는 결국 큰 도시로 몰린다. 이에 사전에 대비해야 한다. 초고령화로 몸살을 겪고 있는 일본이 지금 그 시기다.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노인의 고독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의 문제다. 외로움은 노인들이 겪어야하는 최고의 벌이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은 자식들이 아니라 주위에서 사귄 친구들이라는 것이다. 자식들은 멀리 떨어져있어서 아무런 도움이 못된다. 오직 이웃에 사는 친구들만이 도움을 줄 수 있고 이들을 만나는 것이 유일한 낙이다. 누구나 결국 홀로 죽음을 만난다.

가까운 이웃 일본에서는 놀라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여성 노인들이 슈퍼마켓에서 생선이나 고기를 버젓이 훔친다. 일부러 훔치는 것이다. 왜냐하면 감옥에 가기 위해서다. 감옥에 가면 사람들이 북적거려 외롭지 않고 자신의 건강까지 교도소에서 다 살펴주고 운동까지 시켜준다. 교도소가 노인들의 피신처로 바뀌고 있어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유는 없지만 걱정꺼리도 없다는 것이 감옥을 찾는 노인들의 생각이다.

요새 노인들에 의해 발생하는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노인 범죄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보화 사회, 물질만능 사회 속에서 노인들이 소외되고 고립되는 데에 있다. 사회에 속하지 못한 채 겉돌면서 분노하는 노인들의 고독이 결국 범죄로 분출된다. 이를 무관심하면 청주여자교도소처가 생기듯이 머지않아 ‘노인교도소’도 생길 수 있다

일본이나 캐나다에서는 노인들의 외로움을 달래주기 위해 말하는 로봇인형을 독거노인들에게 공급하고 있다. 혼자 사는 ‘홀몸 노인' ‘독거노인'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나름대로 노인돌봄서비스을 실시하고 있지만 미진하다.

이미 대부분의 노인은 무전(無錢)장수, 유병(有病)장수, 무업(無業)장수, 독거(獨居)장수 때문에 노후생활의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런데도 우리니라는 인구 위기 경고를 무시하고 태평스럽다. 인구 대지진의 전조는 이미 시작됐다. 빨리 고령사회 종합대책을 세워야 한다.

(한남대 명예교수. 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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