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찾아가는 행정이 만드는 ‘4분의 기적’
기자수첩/ 찾아가는 행정이 만드는 ‘4분의 기적’
  • 이슬비
  • 승인 2019.04.1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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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국민들은 얼마나 될까? 통계청이 작년 13세 이상 국민을 대상으로 인공호흡 및 심폐 소생술 방법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 물었다. 그 결과, 알고 있다는 국민이 54%(아주 잘 알고 있다 17.4%, 조금 알고 있다 36.6%)로 절반을 넘었지만 잘 모르는 국민도 46%(잘 모른다 32%, 전혀 모른다 14%)나 됐다. 아직도 절반 가까이 되는 국민들은 심폐소생술이 생소하다.

그래도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잘 알고 있는 이유는 소방청과 지방자치단체 및 여러 민간단체의 꾸준한 노력 덕분일 것이다. 서울시 자치구도 보건지소에 심폐소생술 상설 교육장을 열고, 자체행사에서 체험부스 등을 통해 심폐소생술 실습교육을 실시하는 등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심폐소생술 교육 확산에 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는 자치구들도 있다. 마포구는 올해 구청 본관 1층에 주민들을 위한 심폐소생술 상설 교육장을 열었다. 구청사에 발을 디디면 눈에 아주 잘 띄는 이 교육장에서는 하루 두 번씩 회당 30명이 교육을 받을 수 있다. 교육에 대한 접근이 더 쉬워진 것이다.

더 나아가 구는 주민들에게 찾아가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마포구 관내 초·중·고등학교 총 43곳의 학생 1만1600명은 이번 달부터 9월말까지 ‘찾아가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는다. 서초구도 올해 관내 모든 초·중·고등학교 총 51개교를 찾아가 ‘4분의 기적, 동네방네 119! 응급처치 교육'을 실시한다고 한다.

기자도 몇 년 전 아르바이트 사업장에서 실시하는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은 적이 있다. 사설업체에서 실시하는 심폐소생술 교육이었는데, 교육시간은 실습 포함 30분을 채 넘지 않았지만 건강식품 설명에 대한 시간은 1시간을 육박했다. 건강식품 연구의 탄생배경부터 그 효능까지 대하사극을 방불케 하는 설명이 끝나자 본격적인 건강식품 팔이 행사가 시작됐다. 이로운 교육을 받은 것은 좋은 일이었지만 받은 것 이상 소중한 시간을 저당 잡힌 일은 씁쓸한 추억이 됐다.

대가가 따르지 않아도 심폐소생술 교육을 수월하게 받을 수 있도록 자치구에서 적극 노력하니 참으로 다행한 일이다. 특히 대한민국의 미래가 될 학생들이 학교에서도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도록 하는 ‘찾아가는 행정’이야말로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도 구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돼 효율적이다. 앞으로 ‘찾아가는’ 심폐소생술 교육이 모든 지방자치단체로 확산돼 국민 모두가 급성심정지환자의 생명을 살리는 시민영웅이 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