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스스로 밝게 해 근본을 잃지 말아야
시청앞/ 스스로 밝게 해 근본을 잃지 말아야
  • 시정일보
  • 승인 2019.04.25 13:52
  • 댓글 0

[시정일보]不知心體瑩然(부지심체형연)하여 本來不失(본래부실)하면 卽無寸功隻字(즉무촌공척자)라도 亦自有堂堂正正做人處(역자유당당정정주인처)니라.

이 말은 채근담에 나오는 말로서 ‘마음 바탕을 스스로 밝게 해 근본을 잃지 않으면 비록 공로가 없고 배운 것이 없더라도 스스로 당당한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는 의미이다.

에라스무스는 그의 저서 <우신예찬>에서 사람이란 값어치가 없으면 없는 만큼 자만이 강하고 뻔뻔스러우며 차츰 오만해지고 차츰 뻐긴다고 했다. 자만심이야말로 모든 지혜의 막다른 길이 아닐 수 없다. 마음 바탕을 스스로 밝게 해 근본을 잃지 않는 사람에게는 그러한 뻔뻔스러움과 오만을 찾아볼 수가 없다. 그런 사람은 그런 뻔뻔스러움과 오만을 일찌감치 그의 몸과 마음으로 깔고 앉아 있기 때문이다. 밖으로부터 보고 듣고 해 자신을 이루지 말라.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부터 자신을 밝게 해 그 빛으로 바깥을 비추며 자기 자신을 이뤄 나가야 할 것이다.

작금에 들어 국회가 정쟁으로 날을 새며 개점휴업 상태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의장 주재로 여야 5당 원내대표가 회동했지만 합의 없이 헤어졌으며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 개혁안과 공수처법 등 개혁법안을 함께 묶어 패스트트랙으로 처리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한국당이 강력 반발하면서 여전히 의사일정은 안개 속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한국당은 4당의 패스트트랙 합의를 한국당을 겁박하는 의회 쿠데타로 규정, 국회 일정 전면 보이콧을 포함한 총력투쟁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 앞에 놓인 정치일정이나 계획을 고려할 때 획기적 반전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당장 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의 개혁법안 패스트트랙 합의에 대해 초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더더욱 그렇다.

여야가 내년 4월 총선을 목전에 두고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결기만 두드러질 뿐 민생을 챙기겠다는 의지는 전혀 보이지 않으니 답답하기 그지없으며 개탄스럽기까지 하다. 국회는 국회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말 그대로 국민의 국민에 의한 국민을 위한 민의의 전당이 돼야 한다.

작금의 민의는 여야가 당리당략을 위한 정쟁을 즉각 중단하고 민생과 경제를 챙기라는 것이다. 여야는 즉각 국회로 돌아와 민생을 챙기면서 싸움을 하더라도 해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유권자인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가 아닐까 싶다. 아울러 국회는 당리당략을 떠나 진정 국민을 바라보며 스스로 밝게 해 국민의 대표라는 근본을 잃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