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고구려 쟁탈전(?)
지자체의 고구려 쟁탈전(?)
  • 시정일보
  • 승인 2007.01.31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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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근 기자
50%를 훌쩍 넘긴 국민 드리마‘주몽’과 20%대의 꾸준한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대조영’, ‘연개소문’의 인기속에 고구려에 대한 지방자치단체들의 줄다리기도 한창이다.
민선4기 출발과 함께 ‘고구려의 기상, 대한민국 구리시’를 캐치프레이즈로 표방하고 있는 구리시는 이미 시청 맞은편에 광개토대왕상을 세우고 삼족오 축제를 대대적인 지역행사로 개최하는 등 고구려의 후예임을 자처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오는 2011년 준공을 목표로 아차산 일원 20만여평에 민간 및 공공투자 방식으로 약 4000억원의 예산을 들여 고구려 유적 테마공원도 조성할 계획이다. 이 곳에는 2종의 박물관과 장수왕광장, 역사체험영상관 등을 설치해 가칭 고구려 도시를 건립하고, 향후 관광수입 창출을 위한 유희 및 판매시설은 물론 청소년수련관도 건립한다는 복안이다. 지역 윤호중 국회의원 또한 최근 <고구려 문화유적지의 보전에 관한 법률>을 발의하고 구리시가 고구려 역사 및 문화의 중심에 설 수 있도록 지원사격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아차산의 한 축을 끼고 있는 광진구의 행보도 만만찮다. 광진도 이에 뒤질세라 고구려 역사공원 및 박물관 건립을 위한 홍보 영상물까지 제작하고 아차산 고구려 축제를 비롯한 고구려 유물 사진전과 화보집 발간, 향토자료실 운영 등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 오세훈 서울시장 초도방문시에는 “고구려 역사유적이 가장 많은 광진구가 중심이 돼 고구려 역사지키기 운동을 추진할 수 있도록 테마공원 및 유적박물관 건립에 필요한 828억원의 예산을 서울시가 지원해 줄 것”을 건의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오 시장도 “서구 유명도시들이 역사와 문화를 모토로 발전상을 제시하며 이로 인한 막대한 관광수입을 창출하는 만큼 광진구의 미래지향적 구정방향에 동참하겠다”며 고구려 쟁탈(?)을 위한 선봉에 설 것임을 약속했다.
반면 아차산의 또 다른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중랑구는 구리시보다 하나 더 많은 4개의 유적 보루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다소 느긋한 입장이다. 하지만 역사사업 추진시 막대한 재정 효과와 함께 향후 구 위상 정립에도 일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언제, 어떻게 끼어들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중국의 동북공정으로 가뜩이나 시끄러운 고구려가 지자체간 이권다툼의 희생양으로 전락하지 않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