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이 사라지고 있다
가정이 사라지고 있다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19.05.09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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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연일 언론에 5일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8일 ‘어버이날’, 11일 ‘입양의 날’, 10일 `한부모가족의 날‘, 15일 ’스승의 날‘, 21일 ’성년의 날‘ 등 가정의 의미를 새기는 기념일이 몰려 있다는 말이 등장하고 있다. 마치 ‘가정’의 전성시대가 오고 있는 것만 같다.

특히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고, 어른과 노인을 공경하는 경로효친의 전통적 미덕을 기리는 5월 8일은 산업화·도시화·핵가족화로 퇴색되어 가는 어른 봉양과 경로사상을 확산하고 국민정신계발의 계기로 삼아 우리 실정에 맞는 복지사회건설에 기여하도록 하는 범국민적 기념일이다. ‘어린이날’은 그래도 북적북적하지만 ‘어버이날’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며 어르신들은 개탄만 하고 있다.

행복의 보금자리, 가정에 대한 가치관이 변하고 있다.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거나, 이혼을 선택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가족의 형태도 전환되고 있다. 과거 3세대가 모여 사는 친족 중심이 소규모 핵가족으로 전환됐고, 최근에는 그 핵가족마저 비혼, 한 부모 가정, 조손(祖孫) 가정, 다문화 가정 등 다양한 형태로 분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혼인·혈연을 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가족의 범주에서 나아가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괄하는 방향으로 가족 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포용적인 사회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해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 앞으로는 가족정책은 혈연관계 중심에서 돌봄과 관계 중심으로 가는 게 바람직하다. 선진국의 사례가 있다.

어쨌든 우리나라는 사회를 이루는 기본 단위가 가족이었다. 국가의 복지 지원이 미약한 상태에서 가족들 안에서 출산과 양육, 부양을 해결해야 했다. 그러나 이제는 아버지는 경제적 부담을 지고 가장의 역할을 하며, 어머니는 돌봄의 역할을 맡는 기존의 구조가 사라졌다. 생활고 탓에 맞벌이에 뛰어드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공동체인 가족에서 돌봄 기능이 약화되었고 특히 가족 간 정서적 소통도 멀어졌다. 그래서 서구처럼 비혼 출산, 비혈연 가족 등 다양한 관계에 열린 시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족해체는 사회구성원의 결속감과 소속감을 떨어뜨려 사회적 소외와 외로움을 심화시킨다. 자살률과 범죄의 증가 등 사회병리현상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가족해체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건강한 가정이 건강한 사회와 국가를 만든다. 하지만 한국사회를 구성하는 기초 단위인 가정이 사라지고 있다. 학교폭력, 생명경시, 아동 노인 학대 등 가정위기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가정회복이 우선돼야 한다.

보건사회연구원은 ‘사회 환경 변화에 따른 가족 위기 특성과 정책 과제’ 보고서(2017년)에서 20~64세 1,500명을 조사한 결과 691명(46.1%)이 가족 위기를 겪었다는 결과를 소개했다. 가족 위기란 가계 파산, 구성원의 자살, 재난 등 삶을 위협하는 상황에 처했지만 이를 극복할 수 없어 무력한 상태를 말한다.

더 심각한 것은 ‘가족 안에 의존할 사람이 없다’(32.7%)는 것. 물적 자원이 부족(30.7%)하고 어디에 도움을 요청(30.7%)해야 할지도 몰랐다. 가정 곳곳에서 신음 소리가 흘러나오지만, 도움을 구할 곳조차 마땅치 않다는 얘기다. 특히  경제적 위기가 61.6%로 가장 많았고, 가족관계 위기 34.5%, 자녀 돌봄이나 노부모 부양 위기가 30.8%였다. 심각한 현상이다.

인구절벽 가속화, 2018년 여성 1명당 0.96명의  저출산도 가족해체를 앞당기는 요인이되고 있지만 급격한 고령사회 진입도 문제다. 우리나라는 미혼·이혼·사별로 고령층에서 ‘분리형’ 가구 분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와 함께 3세대 이상의 가구도 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도 독거노인의 증가는 사회적 문제로 발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위험성을 안고 있다. 실제로 독거노인들이 숨을 거둔지 몇 달 뒤에 발견되는 고립사 또는 고독사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거노인들이 빈곤, 신병비관 등을 이유로 자살하는 사건도 늘어나고 있다. 홀로 살면서 사회적 소외와 외로움을 겪기 때문이다. 고령시대에 맞춰 노인들의 일자리 제공과 사회참여 기회도 확대해야 한다.

정부는 다양한 가족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다양성이 보장되고 존중받는 미래사회를 준비할 수 있도록 '소통하고 존중하는 가족', '일·생활이 조화로운 사회'의 목표 하에 △민주적 가족문화 조성 △함께 돌봄 체계 구축 △가족형태별 맞춤형 지원 △가족의 일·쉼·삶의 균형 △가족정책 기반 조성 등을  민주적이고 평등한 가족관계 실현을 위해 가족평등지수를 개발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지만 두고 볼 일이다.

성 역할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가족구성원들이 육아·가사를 함께 하고 노부모 부양을 분담하는 가족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교육 및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노부모와 자녀의 발달특성 등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역할에 맞는 가족교육 정보를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법 개정을 서둘러 추진하길 주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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