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춘삘딩으로 가자
기자수첩/ 청춘삘딩으로 가자
  • 김해인
  • 승인 2019.05.09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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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인 기자
김해인 기자

[시정일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청년을 위한 나라는 있을까?

2~30대 청년들의 유례없는 취업난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된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 주도로 펼쳐지고 있는 정책들과 비교해 청년 문제는 수면 위로 올라온 지 오래되지 않았다.

사실 사람들은 노인들이 갈 곳이 없다고 말하면서 청년들이 갈 곳이 없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일견 청년들은 갈 곳이 많다고 생각되기 쉽다. 하지만 그 모든 곳들은 ‘돈’이 드는 곳이다. 취업하지 못한, 그리고 집안에 기댈 수 없는 청년들은 돈이 없으니 갈 곳이 없다. 그야말로 청년을 위한 공간은 없는 셈이다.

그런 청년들을 위해 근래 서울 자치구들이 청년들이 모일 수 있는 공간들을 마련해주기 시작했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금천구의 청춘삘딩이다.

3년 전 금천구가 ‘꿈지락 네트워크’와 함께 손을 잡고 개관한 ‘청춘삘딩’은 갈 곳 없는 청춘들이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다. 일반적인 공공공간 위탁의 사례와 다르게 청년들이 직접 제안하고 행정이 함께 만들어간 공간이라는 부분이 청춘삘딩의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다.

청년들은 청춘삘딩을 방문해 다른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거나 게임을 하는 등 자유롭게 즐길 수 있고 조용하게 개인 작업이나 공부도 할 수 있다. 또한 스터디 모임이나 회의를 할 수 있는 세미나실과 음악 연습을 할 수 있는 다목적 스튜디오가 마련돼 있어 대관할 돈이 없거나 연습공간이 없는 청년들이 이용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곳은 공유주방이다. 1인 가구가 대부분인 청년들은 단순히 온라인 공간에서의 관계보다 얼굴을 직접 맞댄 인적 관계망이 필요해질 때가 있다. 그를 위해 청춘삘딩은 공유주방을 마련, 청년들이 다 같이 밥을 하고 나눠먹으며 일상 이야기를 나누고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주었다.

오진선 센터장은 청춘삘딩을 “청년들에게 공간을 제공하고, 자신을 찾아가는 시간을 만들어주고, 그 다음엔 기회를 찾아주고 더 나아가 관계망을 형성해주며 그들의 삶속에 스며드는 곳”이라 설명했다.

청년들도 갈 곳이 필요하다. 홀로임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가끔 다른 사람과 함께 있고 싶을 때가 있다. 바로 여기에 갈 곳 없는 청년들을 위한 공간이 있다. 그리고 앞으로 이런 곳이 좀 더 많아져야 할 것이다. 청년들‘도’ 잘 살 수 있는 나라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