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의회 위상 강화…'지방의회법' 제정까지 승부수
지방의회 위상 강화…'지방의회법' 제정까지 승부수
  • 이승열
  • 승인 2019.05.09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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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신문 창간31주년 기획/ 지방의회의 미래

 

지난달 30일 서울시의회 제286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지난달 30일 서울시의회 제286회 임시회 본회의가 열리고 있는 모습.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정부가 마련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지난 3월29일 국회에 제출됐다. 주민자치의 강화, 지방자치단체 조직구성 자율성 확대, 특례시 신설, 중앙-지방협력회의 구성 등 지방의 권한과 자율성을 늘리는 진일보한 내용이 포함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지방의회의 숙원이던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보가 들어간 것이다. 이는 지자체의 한 축인 지방의회의 요구를 받아 안은 것으로, 실현된다면 지방정부의 모습을 크게 바꿀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그간 지방의회가 위상 강화를 위해 요구해온 것들의 일부에 불과하다. 그리고 더 나아가 지방의회는 <지방의회법> 제정을 갈망하고 있다.

본지는 창간 31주년을 맞아 전국의 지방의회가 꿈꾸는 미래의 모습이 어떤 것인지 독자와 함께 들여다보는 기회를 마련했다. - 편집자 주 -

 

서울 중구의회는 지난 2일 임시회를 열어 <중구의회 사무과 직원 추천 등에 관한 조례안>을 통과시키고 <위법 부당한 행정행위에 대한 시정요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 내용을 보면, 먼저 조례안은, 구청장이 의회사무과 직원에 대한 인사를 하는 경우 상당한 기간을 두고 의장에게 추천을 요청하도록 했다. 구청장은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는 한 의장이 추천한 직원에 대한 인사를 거부해서는 안 되며,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사유를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이어 결의안은 최근 발생한 중구청장의 행정행위에 대한 시정명령을 서울시장과 서울시의회에 요구하는 것이 핵심이다.

중구의회의 이 같은 조례 제정과 결의안 채택은, 지난 2월 서양호 중구청장의 의회사무과 직원에 대한 대폭적인 물갈이 인사에서 비롯됐다. 이에 앞서 의회는 연초 중구가 서울시로부터 영입한 송 모 국장의 인사에 대해, 주요 직위를 외부 공무원으로 충원한 점을 들어 비판해 왔다. 특히 조영훈 의장은 1월 임시회 개회사에서 “‘동일직급·동일인원’이라는 인사교류 기본원칙조차 무시해버린 어처구니없는 인사전횡”이라며 날선 비판을 제기했다. 의회사무과 직원에 대한 서 구청장의 갑작스런 인사는 이 같은 의회의 반발에 대해 인사권을 무기로 복수에 나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두 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만약 의회사무과 직원에 대한 인사권이 구청장이 아닌 의장에게 있었다면 이 같은 일이 가능했을까. 그리고 의회사무과 직원들이 일반행정직 공무원의 아니라 의회 직렬의 공무원이었다면 이 같은 일이 발생할 수 있었을까. 따라서 이 사건은 지자체의 두 축, 즉 집행부와 지방의회의 관계, 그리고 지방의회의 위상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상징적인 측면이 있다. 더 나아가 ‘지방분권’이라는 시대적이라는 흐름 속에서 ‘지방자치단체’라는 이름에 묻혀 잘 드러나지 않던 ‘지방의회’의 존재를 부각시키는 하나의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지방의회에는 인사권이 없다. 집행부의 공무원이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인사명령에 따라 사무처·사무국·사무과에 와서 일한다. 이것은 우리의 ‘기관대립형’ 제도 원칙에 맞지 않고, 중앙정부의 대립기관인 국회와의 형평성에도 어긋난다. 지금 정부와 국회가 지방분권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그 시야는 중앙의 권한과 재정을 지방으로 이관하는 데 맞춰져 있고, 지방의회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에까지는 옮겨가고 있지 않다.

다행히 지난 3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지방자치법 전부개정법률안>(이하 전부개정안)에는 지방의회의 인사권 독립과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보장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이는 물론 그간의 지방의회에 대한 몰이해에서 벗어나 진일보한 것이기는 하지만, 현재 지방의회의 여러 요구사항 중 일부에 불과하다.

지금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지방분권TF(단장 김정태 서울시의회 지방분권TF 단장, 이하 지방분권TF) 차원에서 전부개정안에 포함되도록 요구하고 있는 사항은 △자치입법권 강화 △정책지원 전문인력 도입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인사청문제도 도입 등 크게 4가지다. 그리고 더 나아가 전국 지방의원들은 지방의회의 위상을 강화하는 기본법인 <지방의회법> 제정을 고대하고 있다. 아래에서는 이 같은 내용을 들여다본다.

 

행정입법에 의한 자치입법권 침해 막아야

지방의회는 입법기관이다. 따라서 자치입법권은 지방의회의 권한 중 가장 중요한 것이다. 하지만 현재 이 자치입법권이 정부의 행정입법에 의해 침해당하고 있다는 것이 지방의회의 입장이다.

현 <지방자치법> 제22조(조례)에서는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안에서 그 사무에 관하여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 다만, 주민의 권리 제한 또는 의무 부과에 관한 사항이나 벌칙을 정할 때에는 법률의 위임이 있어야 한다”라고 정하고 있다. 이번 전부개정안에도 이 조항(제28조)이 들어가 있다.

이와 관련 지방분권TF는 “법령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은 그 법령의 하위 법령에서 그 위임의 내용과 범위를 제한하거나 직접 규정할 수 없다”는 제28조 제2항의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정태 단장은 “지방의회는 민주주의 원칙에 따른 주민대표기관이자 시민대의기관”이라면서 “그런데 지방의회에서 만드는 조례의 내용을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으로 제한하는 것은, 행정입법권을 자치입법권보다 우위에 둬, 조례가 최하위 법령이 돼 버리는 결과를 낳는다”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법령에서 조례로 정하도록 위임한 사항은 하위법령에서 행정입법으로 제한할 수 없는 규정을 명기해 달라는 것이다.

 

정책지원 전문인력, 지방의회 역량강화의 핵심

정책지원 전문인력에 관한 내용은 정부의 이번 전부개정안에 포함됐다. 일단 지방의회의 숙원이 이뤄지는 데 한발 다가간 셈이다.

지자체의 예산 규모가 나날이 증가하고 중앙에서 지방으로 이양된 사무 역시 늘어남에 따라 지방의원의 업무량도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행정사무감사와 예산안 심의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인력의 절대 부족으로 지방의원들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울시의회에 따르면, 2019년도 예산안 심의 시, 전국 17개 시도의회 의원 1인당 심의 예산규모는 2756억원에 달하며, 서울시의회의 경우 4363억원이나 된다.

하지만 국회의원이 1인당 9명의 보좌직원을 둘 수 있는 데 반해, 지방의원은 단 1명도 둘 수 없다. 현재 지방의회가 요구하는 것은 국회의원과 같은 개인보좌인력이 아니라 의회사무처에서 공개채용하는 의원 1명당 1명 수준의 정책지원 전문인력이다. 이들은 지방의원의 개인적·개별적 업무를 지원하지 않는다.

이번 전부개정안 제41조(지방의회의원의 정책지원 전문인력) 제1항에서는 “지방의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해당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의회에 정책지원 전문인력을 둘 수 있다”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 또 제2항에서는 “정책지원 전문인력은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며, 직급·직무 및 임용절차 등 운영에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규정했다. 지방분권TF는 제1항에서 ‘해당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의회에’ 부분을 삭제하고, 제2항에서 ‘대통령령으로’를 ‘조례로’로 변경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행정입법에 의한 자치입법권 침해’의 사례라는 지적이다.

 

광역의회는 물론 기초의회도 인사권 독립해야

현재 지방의회의 사무처·사무국·사무과에서 일하는 사무직원의 인사권은 단체장에게 있다. 우리나라의 지자체는 모두 단체장중심형이며, 집행부와 의회가 견제와 균형을 이뤄야 하는 기관대립형 구조이다. 지자체들은 스스로 다른 기관구성 형태를 선택할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회에 근무하는 직원에 대한 인사권을 단체장이 갖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크게 훼손하는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방의회 사무직원들은 단체장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의회의 독립성이 침해받는다. 또 지방의회 일반직 공무원들의 잦은 인사이동으로 업무의 연속성과 업무역량의 축적이 불가능하고 지방의회 업무의 전문화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국회의 경우 <국회법>에서 사무직원의 인사권을 국회의장에게 보장하고 있다.

다행히 이번 전부개정안에는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이라는 지방의회의 요구가 포함됐다. 전부개정안 제102조 제2항에서는 “시·도의회의 의장은 시·도의회 사무직원을 지휘·감독하고 법령과 조례·의회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임면·교육·훈련·복무·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고 정했다.

이와 관련 지방의회는 이 조항의 ‘시·도의회’를 ‘지방의회’로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는 이번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에 시·군·구의회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시·군·구의회도 당연히 인사권 독립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편 지방의회 사무직원의 인사운영과 관련해서는 지방공무원 의회직렬을 신설하고 ‘인사교류협의회’를 두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교류협의회를 광역 차원으로 두고 광역과 기초, 기초와 기초 사이의 인사교류가 이뤄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김정태 단장은 “이 같은 제안에 대해 행정안전부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며 “단 인사교류협의회에 관한 내용은 지방자치법보다는 지방공무원법에 두는 것이 법체계상 맞다는 지적이 있어 그렇게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사청문회 보장 법적근거 마련해야

2019년 3월 현재 전국 17개 시·도 중 14개 시·도에서 시·도의회와 단체장 간의 협약을 통해 인사청문회를 시행하고 있다. 그 대상은 주로 지방공기업의 장이다.

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를 제외하고는 법적근거 없이 업무협약에 따라 인사청문회를 실시하다보니 한계도 드러나고 있다. 우선 인사청문위원이 면책권을 부여받지 못해 인사청문 과정 중 발언으로 고소·고발을 당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적극적인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증인과 각종 자료의 제출을 제도적으로 요구할 수 없어 실효성 있는 인사청문회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정책능력을 검증하는 자료는 업무협약에 따라 제출이 가능한 경우도 있지만, 도덕성·청렴성에 대한 검증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아울러 제주도를 제외한 나머지 시·도의 경우 정무직 부단체장에 대한 인사청문회를 실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밖에도 김정태 단장은 “일부 시·도는 시장 또는 도지사의 반대로 비공개 인사청문회를 진행하고 있다”며 “주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비공개 인사청문회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이와 관련 지방의회는 전부개정안에 인사청문회 실시 법적근거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건의안에 따르면 인사청문회 대상은 단체장이 지방공무원으로 보하는 부시장·부지사 후보자와 지방공기업법에 따른 지방공기업 사장 후보자이다. 이와 함께 인사청문대상자와 관련된 자료의 제출과 증인 출석을 요구할 수 있는 근거도 포함했다.

 

지방자치법 개정을 넘어 지방의회법 제정으로

더불어민주당 전현희 의원은 지난 2월9일 <지방의회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방의회법은 지방의회의 불합리한 현실을 개선하고, 지방의회의 위상과 권한을 높은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한 기본법 성격의 법이다. 제정안은 국회의 독립적인 권한과 위상을 지켜주는 <국회법> 수준으로 지방의회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발의됐다.

지방의회법 제정안에는 지금까지 지방의회가 그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인정받기 위해 주장해 온 요구사항들이 포괄적으로 담겨 있다. 그 내용은 크게 7가지로 요약된다. 위에서 언급한 △자치입법권 강화 △정책지원 전문인력 확보 △인사권 독립 △인사청문회 도입 등 4가지 사안 외에도 △자치조직권 강화 △지방의회 경비 예산편성의 자율성 확보 △교섭단체 구성 운영 등이 추가로 포함된다. 이 중 자치조직권은 국회의 사무처, 예산정책처, 입법조사처와 같이 의정·의사를 담당하는 기구를 조례로 설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지방의회 경비 예산편성의 자율성은 지방의회 경비를 독립적으로 예산 편성해 세출예산요구서를 단체장에게 제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마지막으로 교섭단체는 지방의회의 주요 현안에 대한 효율적 의사결정을 위해 일정 수 이상의 소속 의원을 가진 정당이 교섭단체를 구성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운영에 관한 내용을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지방의회법>이 단기간 내에 제정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 지방의회는 앞으로도 기득권으로서의 중앙정치라는 벽, 그리고 지방의회에 대한 국민들의 편견 및 부정적 인식과 싸워야 한다. 지방분권TF 역시 앞 4가지 사항(자치입법권, 정책지원 전문인력, 인사권, 인사청문회)이 전부개정안에 우선적으로 반영되기를 요구하고 있으며, 후자의 3개 요구사항(자치조직권, 예산편성 자율, 교섭단체)의 실현은 중장기적으로 추진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승열 기자 / sijung1988@naver.com

 

 

미니인터뷰 /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지방분권TF 김정태 단장

“행정의 분권화는 물론 정치의 분권화도 필요”

 

- 지방분권TF는 어떻게 구성됐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서울시의회 지방분권TF는 지난 2016년 구성됐다. 당시 현 신원철 의장이 단장을 맡았다. 지난해 지방선거 후 제가 단장을 맡게 됐는데, 그때 문재인정부의 지방분권 로드맵과 추진계획에 이어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초안도 나왔다. 그런데 지방의회 관련 내용이 한 구절도 없었다. ‘지방의회 패싱법안이다’, ‘박근혜정부보다 지방분권 의지가 후퇴했다’ 등의 비난이 쏟아졌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차원의 연합TF 구성을 제안했고, 송한준 회장(경기도의회 의장)이 받아들여 즉시 구성됐다. 9월 첫 모임을 갖고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과 지방의회법 제정안에 대해 준비해 왔다.”

- 지방의회의 문제는 법적으로 위상을 인정받지 못하는 측면도 있지만, 중앙에 너무 예속돼 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단장님의 의견은.

“옳은 지적이다. 다만 엄밀하게 말하면 지방의회는 중앙정부에 예속돼 있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치에 예속돼 있다. 중앙정치에의 예속화를 막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권한에 대한 지방분권화가 필요하듯이 중앙정치의 분권화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일례로 우리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국고보조금 중 시·도당으로 내려오는 것이 15.87%(2017)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은 균형적이지 않다. 지방정치 강화는 중앙정치에의 예속화에서 탈피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정치의 분권화를 통해 이뤄질 수 있다. 지방자치법 개정 완료 후 행정 차원에서의 지방분권화가 이뤄지고 나면 정치 차원에서 지방분권도 이뤄져야 한다.

지방자치는 우리가 물과 공기를 마시듯이 우리의 삶과 가장 맞닿은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우리의 삶은 중앙정부보다는 지방정부와 더욱 연결돼 있다. 지금 우리의 요구는 권한과 재정을 더 달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지방의회가 일을 할 수 있도록 최소한으로 보장해 달라는 것이다.”

이승열 기자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