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헌책의 낭만에 흠뻑’ 서울책보고
기자수첩/ ‘헌책의 낭만에 흠뻑’ 서울책보고
  • 이승열
  • 승인 2019.05.1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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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열 기자
이승열 기자

[시정일보] 지하철 2호선 잠실나루역 1번출구 앞에 자리잡은 ‘서울책보고’에서는 오는 28일까지 1970~2000년대 추억의 잡지들을 볼 수 있는 특별전시 ‘지나간 시간을 엿보다’를 개최한다. 다양한 취미 잡지에서부터, 그 옛날 남성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주간지 붐을 이끌었던 <선데이 서울>, 여성들의 소비문화를 이끌었던 <여성중앙>, <레이디경향> 등 여성잡지들까지 볼 수 있다.

서울책보고는 잠실나루역 옆에 방치돼 있던 옛 암웨이의 물류창고를 재생해 지난 3월27일 개방한 서울시 최초의 ‘공공헌책방’이다. 기존 도서관이나 서점에서 쉽게 찾을 수 없는 오래된 책들과 기증도서 등 13만여권을 볼 수 있다.

서울책보고는 일단 독특한 내부 인테리어가 시선을 붙잡는다. 이 때문에 이곳을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한동안 사진을 찍느라 정신을 못차리게 된다. 특히 ‘책벌레’를 형상화한 길고 구불구불한 통로와 양옆으로 설치된 아치형 서가는 서울의 새로운 명물이 될 듯하다.

서울책보고가 헌책방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알라딘중고서점’과 다른 점은, 일반시민의 헌책을 매입해 재판매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서울책보고는 기존 청계천 헌책방 거리를 지켜온 25개 헌책방이 참여해, 그들이 보유한 책들을 그대로 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종의 ‘헌책방 백화점’인 셈이다. 이 때문에 서울책보고는 서가의 구석구석을 뒤져가며 원하는 책을 찾고 그 와중에 보물같은 책을 발견하는 옛날 헌책방의 방식 그대로 운영된다. 서점에서 원하는 책을 쉽게 검색하는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은 다소 불편을 느낄 수도 있다. 그러나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수십년 전 발간된 책들, 박봉성이나 이현세 만화 전집을 우연히 찾아내는 재미가 그 같은 불편함을 충분히 상쇄한다.

서울책보고에는 독립출판물 열람공간도 있다. 바로 옆 아카데미 공간에서는 ‘작가와의 토크콘서트’ 등 다양한 시민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서울책보고의 매출액은 카드 및 위탁수수료 10%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참여 헌책방에 돌아간다고 한다. 청계천 헌책방들의 운영과 경쟁력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제로페이로 결제하면 책값의 3%를 추가로 깎아준다. 이번 휴일에는 온 가족이 함께 서울책보고를 찾아 헌책의 낭만에 흠뻑 젖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