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체장 칼럼/ 기부문화 확산의 시금석, 기부자 예우에 관한 조례
단체장 칼럼/ 기부문화 확산의 시금석, 기부자 예우에 관한 조례
  • 유덕열 동대문구청장
  • 승인 2019.05.23 1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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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창문 틈으로 찬바람이 계속 들어와서 너무 추워요. 좀 고쳐주세요”

몇년 전 어느 겨울날 팔순이 넘은 연세에 홀로 생활하시는 전농동의 어느 할머니 댁에 찾아가니 이렇게 하소연을 하는 것이다. 창문을 살펴보니 좌우가 바뀌어 제대로 닫히지 않았다. 좌우가 바뀐 창문을 바로잡아 주었더니 그때까지 할머니를 괴롭혔던 찬바람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렇듯 우리 주위에는 이웃의 작은 관심이 큰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

옛말에 “가난은 나라님도 구제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현대사회에서도 이 말은 일정 부분 이어지고 있다. 국가의 한정된 재원 내에서 어려움을 겪는 모든 국민을 보살피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 동대문구만 하더라도 전체 16만2000여 가구 중 약 6%인 9600여 가구가 국가로부터 생계나 교육급여 등을 지급받는 기초생활수급가구다. 여기에 이른바 차상위계층 4100여 가구를 합하면 전체 가구의 8%를 상회하는 주민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할 수 있다. 상당히 높은 수치다.

재정이 뒷받침된다면 이렇듯 어려운 이웃들에게 희망을 드리기 위해 조금이라도 더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해야겠지만 녹록지 않은 현실이다. 이는 우리나라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가 공통적으로 겪는 고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예산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다른 대안이라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이웃이 이웃을 돌보는 동대문구만의 복지사업 ‘보듬누리’다. ‘보듬다’와 ‘세상’의 합성어로, ‘세상을 보듬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2011년에 시작해 2013년에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1300여명의 동대문구 직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시작한 이래, 민간의 여러 기관, 단체, 개인 등이 합세해 현재는 새로운 복지 모델로 자리 잡았다.

도움을 주고자 하는 개인과 어려운 이웃 간에 1대 1로 결연을 맺고 정기적으로 방문해 안부를 살피면서 복지수요가 발생하면 관련 프로그램도 연결한다.

아울러 동별로 평균 100여명 이상으로 구성된 ‘희망복지위원회’에서는 홀로 사시는 어르신들을 위해 주기적으로 밑반찬을 해드리고, 생신상을 차려 드리는 등 어려운 이웃을 위한 나눔을 아끼지 않았다. 모두 다 세금이 아닌 이웃의 따뜻한 정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또한 자신의 재능을 살려 목욕탕 하시는 분은 목욕을 시켜 드리고, 이·미용 기술이 있으신 분은 머리를 손질해 드리는 등 다양한 이웃들의 재능기부도 일상화되었다. 일부 병·의원도 동참하여 진료비를 안 받거나 깎아 주는 등 이웃을 돕는 일에 지역 주민 모두가 협력자가 되고 있다. 보듬누리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이후 총 54억8337만원이라는 이웃의 소중한 정성이 19만7294가구의 이웃에게 정중히 전달됐다. 전적으로 자발적인 이웃의 따뜻한 마음으로 말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 사회를 더욱 밝게 하는 민간과 공공기관 간의 진정한 컬래버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 동대문구는 이웃에게 사랑을 베푸는 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하기 위해 최근 <기부자 예우에 관한 조례>를 제정·공포했다.

조례는 △기부실적이 우수한 기부자 인증 △명예의 전당 설치해 기부자 명단 부착 보존 △구청장 표창장·감사장 수여 및 감사패 증정 △구보 등 구가 발행하는 각종 인쇄물, 인터넷 홈페이지 등에 기부자 명단 공지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 구는 이를 통해 지역에 자발적인 기부문화의 확산을 도모하고 지역에 이웃을 위한 사랑과 나눔이 가득하도록 앞으로도 계속해서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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