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일 씽씽씽~ ‘신수동 찾동이’ 언제든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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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슬비
  • 승인 2019.05.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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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포구 신수동 주민센터 복지2팀 임근영 주무관

설연휴 귀경 대신 ‘긴급도우미’ 자처위기가정에 응급대응 안내문자 발송

홀로사는 복지대상자 골절부상 신고어려운 형편에 병원치료 엄두도 못내

서울형 긴급복지로 수술·간병비 마련퇴원 후에도 병원 검진 꼬박꼬박 동행

 

지난 3월29일 복지대상자와 함께 병원 검진에 동행한 신수동 복지2팀의 임근영 주무관이 '찾동이'자동차 앞에서 화이팅을 외쳤다.
지난 3월29일 복지대상자와 함께 병원 검진에 동행한 신수동 복지2팀의 임근영 주무관이 '찾동이'자동차 앞에서 화이팅을 외쳤다.

 

[시정일보]유난히 길었던 지난 2월 설 연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웃을 위해 묵묵히 일한 사람들이 있었다.

마포구 신수동 주민센터 복지2팀의 임근영, 박한조 주무관이 그 주인공이다.

오랜만에 만나 그리움을 해소할 가족이 없는 1인 가구는 긴 연휴를 어떻게 보낼까. 그 ‘1인’이 취약계층의 복지대상자라면?

설 연휴 골절상을 입고 입원해야 했던 김금순(가명, 57세)씨를 구한 것은 이웃을 걱정했던 임근영 주무관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임근영 주무관은 신수동 복지2팀이 기존에 운용 중이던 휴대전화를 활용했다. 고향 길에 오르지 않을 예정인 두 주무관은 각자 한 대씩 휴대전화를 나눠 가지고 24시간 ‘긴급도우미’로 활약했다.

본격적인 연휴가 시작되기 전 1월31일. 이들은 중장년 1인 가구와 독거노인 등이 포함된 신수동의 위기가정 285가구 435명에게 안내 문자를 발송했다.

‘연휴동안 운영하는 병원·약국이 궁금하다면’, ‘위급상황 시 직원이 방문하기를 원한다면’ 언제든 연락을 달라는 따뜻한 예고장을 보낸 것이다.

2월1일 늦은 오후. 임근영 주무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홀로 사는 김금순 씨로부터 온 전화였다.

김씨는 전날 집안에서 다리를 접질린 뒤 혼자 파스를 뿌려가며 참았다. 고통이 더해지자 다음날 사설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갔다. 병원에서는 뼈에 금이 갔으니 골절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김씨는 다시 구급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기초생활수급자인 김씨가 수술비를 감당할 수 없을뿐더러 수술 후 입원 시 필요한 간병비도 구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임근영 주무관(오른쪽)이 종로구에 위치한 ㄱ병원에서 목발을 짚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복지대상자를 부축하고 있다.
임근영 주무관(오른쪽)이 종로구에 위치한 ㄱ병원에서 목발을 짚고 계단을 내려가고 있는 복지대상자를 부축하고 있다.

 

집으로 돌아온 김씨는 평소 자주 방문해 안부를 물어오던 임근영 주무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씨의 상태가 심각함을 느낀 임 주무관은 김씨가 입원할 것을 설득했다. 임 주무관의 설득에 김씨는 다시 병원으로 향했다.

임 주무관은 김씨가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동의서를 작성하고 100만원이 넘는 수술비는 서울형 긴급 복지제도를 통해 마련했다.

수술비용은 마련했지만 간병비가 문제였다. 간병비는 법적으로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임 주무관은 불가능 속에서 가능을 찾아냈다. 찾동(찾아가는 동주민센터) ‘사례관리 사업비’를 이용해 간병비 50만원 지원을 얻어낸 것이다. 간병비 추가금액은 평소 김씨가 다니던 교회에 후원요청을 해서 충당했다.

연휴가 끝날 무렵 김씨는 수술을 잘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임 주무관은 수술 뒤 홀로 있을 김씨를 위해 가사간병서비스를 연계했다. 다리가 나을 때까지 제대로 움직일 수 없는 김씨 집에 요양보호사가 방문해 일주일 3번 3시간 동안 가사를 도왔다.

설 연휴가 한달 반 지난 후인 지난 3월29일은 김씨의 병원 검진 날이었다. 혼자서는 병원에 갈 수 없는 김씨를 데리고 임 주무관이 병원에 나섰다. 기자도 이들과 함께 동행했다.

임 주무관은 우울증을 앓고 낯을 가리는 김씨가 낯선 기자를 불편해 할까 조심스러워했다.

기자는 김씨와 만남 전, 임 주무관을 통해 김씨에게 연락하고 취재를 위한 양해를 구했다. 다소 고민하던 김씨는 동행을 허락했다. 김씨와의 만남의 날. 김씨는 의외로 기자를 반겼다.

“무뚝뚝해보여도 참 일을 잘해”

검진 접수를 하러 임 주무관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김씨가 기자에게 전한 말이다.

그동안 임 주무관에게 느꼈던 고마움을 쑥스럽지만 나름대로 표현한 듯 보였다.

김씨는 이번에 겪은 골절 외에도 간경화, 우울증 등 다른 지병이 있어 정기적으로 진료를 받아야 한다. 임 주무관은 김씨가 발목에 깁스를 풀 때까지 병원방문을 도와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조태영 신수동장은 "즐거운 설 명절에도 복지사각지대에서 힘들게 생활하는 이웃을 살피기 위해 신수동만의 긴급복지 연락망을 가동했다"며 "연휴를 반납하고 성실히 맡은 일을 수행한 주무관들에게 많은 격려바란다"고 전했다.

길게 보면 우리 사회는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사람들 덕분에 발전한다고 했던가.

목발을 짚고 계단을 내려가는 김씨를 부축하는 임 주무관의 모습이 오랫동안 잔상으로 남았다.

이슬비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