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지도자는 항상 수시처중 할 줄 알아야
시청앞/ 지도자는 항상 수시처중 할 줄 알아야
  • 정칠석
  • 승인 2019.05.30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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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君子之中庸也(군자지중용야)는 君子而時中(군자이시중)이요 小人之反中庸也(소인지반중용야)는 小人而無忌憚也(소인이무기탄야)니라.

이 말은 中庸(중용)에 나오는 말로서 ‘군자가 몸소 중용을 실행한다는 것은 군자로서 늘 때에 맞춰 중에 처한다는 것이며 소인이 중용을 어긴다는 것은 소인으로서 거리낌이 없다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중용은 의미보다 실천이 어려운 것이다. 그런데 군자가 몸소 실행하는 중용은 時中(시중)이라고 했다. 주희는 시중을 隋時處中(수시처중) 즉 때에 맞춰 중에 처한다로 풀이했다. 여기서 중은 지당한 것 즉 지극히 타당한 것 또는 至善(지선)의 것 즉 지극히 최선의 것을 말한다. 이는 또한 대학의 止於至善(지어지선)에서의 지선과 연관돼 있다. 양자는 모두 만사만물의 이치에서 타당함의 극치를 일컫는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시중은 언제 어디서나 가장 최선의 가장 타당한 입장을 취하는 것이다. 중용은 權(권)과 變(변)을 중시한다. 權(권)은 常(상)의 상대요 變(변)은 通(통)의 상대로 매사를 처리함에 있어 가장 당면하고 정당하고 합당한 방향을 찾아가는 것이다. 군자는 바로 중이 근본임을 알고 권과 변을 알아 시중할 줄 아는 사람이다. 소인은 변화와 융통이 자신의 이익에 치우친 것이며 욕망이 지나친 것이다. 그래서 얼핏 보면 시중인 것 같지만 사실을 중용에 역행하는 것이다.

작금에 들어 민주연구원장이 국가정보원장을 비공개로 약 4시간 동안 회동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고 있다. 국가 정보의 총책임자가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여당 싱크탱크의 수장을 만났다는 사실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되며 비록 독대가 아니다 하더라도 선거를 1년도 채 남기지 않은 민감한 시기에 여권의 핵심인사들이 회동했다면 국정원의 정치적 중립의 문제뿐만 아니라 여러 오해를 사기에 충분한 사안이다. 속담에 ‘참외(오이) 밭에 들어가 짚신을 다시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다시 고쳐 쓰지 마라’는 말이 있다.

민주연구원장은 현 정부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야인으로 남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가 최근 집권여당의 인재영입을 주도할 기구의 수장으로 복귀한 것이 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것임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이들은 사적인 지인 모임이었고 여러 사람들이 함께 있었던 만큼 특별히 민감한 얘기가 오가지도 않았다고 했다. 비록 그 말이 사실이라 할지라도 대통령의 핵심 측근과 정보기구 수장의 만남이 줄 수 있는 정치적 민감성을 감안한다면 매우 부적절했다고 생각된다. 위정자는 항상 중을 근본으로 삼고 권과 변을 알아 시중하며 매사 수시처중 할 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