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한 마디의 말로도 천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어
시청앞/ 한 마디의 말로도 천지의 조화를 깨뜨릴 수 있어
  • 정칠석
  • 승인 2019.06.06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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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 有一念而犯鬼神之禁(유일념범귀신지금)하며 一言而傷天地之和(일언이상천지지화)하며 一事而釀子孫之禍(일사이양자손지화)하나니 最宜切戒(최의절계)니라.

이 말은 ‘한 가지의 생각으로 하늘의 계율을 범하게 되고 한 마디의 말로 천지의 조화를 깨뜨리며 한 가지의 일로 자손의 불행을 빚는 수가 있다. 깊이 경계해야 할 일’이라는 의미이다.

생각과 말과 일이 서로가 연계돼 있다. 생각 없는 말이 있을 수 없고 말없이 어떤 일이 이뤄질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일은 시시각각으로 생각을 불러일으키고 생각은 나름대로의 갖가지 말을 만들어 내기 마련이다. 세치의 혓바닥으로 다섯 자의 몸을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는 우리의 옛말이 있다. 말은 그만큼 어렵고 무거운 것이다. 말은 그것이 내뱉어졌다는 사실만으로 경우에 따라선 정신적인 사슬이 되고도 남는다. 사불급설(駟不及舌)이란 말이 있다. 논어에 나오는 말로 네 마리의 말이 끄는 빠른 마차라도 혀의 빠른 것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말은 한 번하면 빨리 퍼지고 또 취소하기도 어려운 만큼 조심해야 한다는 말이다. 말뿐이 아니다. 말도 그렇지만 생각 또한 신중해야 한다. 신중한 생각에서 신중한 말이 나오고 신중한 행동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행동은 입보다 크게 말한다는 영국의 격언도 있지만 행동 하나하나에 상황은 전혀 예상할 수 없는 곳으로 흐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했으면 싶다.

작금에 들어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고 있는 정치권의 막말 퍼레이드가 도를 넘으며 국민들로부터 정치 불신과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데 대해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특히 정치권에서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발언들이 계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작금에 도 넘은 막말 정치가 기승을 부리는 것은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지지층 결집 차원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막말 정치는 혐오만 키우며 공멸을 부른다는 사실을 여야 정치인들은 직시해야 할 것이다. 정치는 언어를 통해서 타인을 설득하고 주장을 펼치는 말의 예술이며 가능성의 영역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혐오와 증오의 단어들이 정치적 수사로 위장해서 상대의 상처를 건드리고 대립과 적대를 부추긴다면 이는 국민들로부터 불신을 받을 뿐만 아니라 정치가 설 공간을 잃게 된다는 사실을 알았으면 싶다. 정치권은 정책적 대안을 갖고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아야지 한 건 위주의 막말로 관심을 끌려고 해서는 결코 미래가 없다. 상대를 비판하더라도 국민이 공감할 수 있는 합리적인 근거와 상식의 선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해야 할 것이다. 여야 정치권은 말을 정제해 사용해야 함은 물론 그들만의 리그가 아닌 진정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