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정칼럼/ 협치와 협력의 매력
시정칼럼/ 협치와 협력의 매력
  • 임춘식 논설위원
  • 승인 2019.06.06 12:00
  • 댓글 1

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임춘식 논설위원

[시정일보] 연일 언론에 ‘협치(協治)’라는 말이 난무한다. 여당과 야당의 정치적 협력도 협치, 노사 민관의 정책 협력도 협치라고 불려 혼란스럽다. 아무튼 협치란 정책결정과 시행에 정부만이 아니라 시민, 사회단체 등을 폭넓게 참여시키는 것’을 의미한다. 협치란 독단적인 국정운영을 자제하고 야당과도 협의하고 타협안을 마련하여 함께 국정을 이끌어 나가자는 것이다.

협치를 영어로 governance라고 한다. 이는 통치, 관리, 통치 방식에 주안점을 두어서 그렇다. 의미는 무언가를 결정하기에 앞서 협의와 공감대 조성을 선행하겠다는 뜻이다. 즉, 사회의 각 주체들이 함께 협력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정책과정이라는 점이다.

외손뼉만으로는 소리를 내지 못한다. 혼자서는 해내는 일의 성과보다 많은 사람들이 서로 협력할 때 일의 속도와 강도는 더 효과적인 결과를 만들 수 있다. 도둑질을 해도 손발이 맞아야 한다는 비유가 좀 그렇긴 하지만 이를 잘 표현해 준다. ‘외손뼉이 못 울고, 한 다리로 가지 못한다’는 속담도 다르지 않다. 정치권에서의 협치는 서로 어울리되 소리가 나지 말아야 한다. 유독 협치가 안 되니 더 시끄럽게 소리가 난다. 그래서 혹자는 국회가 개판이라고 평가 절하한다.

정치는 마치 사륜마차가 굴러가는 것 같다. 하나의 배를 여러 사공이 저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같다. 각각으로 행동하면 한 방향으로 가기 어렵다. 서로 협의하여 합심한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전진할 수 있는 것이 바로 협치인 것이다.

한비자(韓非子)가 쓴 공명(功名)편도 ‘군주의 걱정은 신하가 호응하지 않을 것을 걱정하니 한 손으로 박수를 쳐서는 제아무리 빠르게 칠지라도 소리가 나지 않는다. 일수독박 수질무성(一手獨拍 雖疾無聲)'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잘 다스려지는 나라에서는, 군주는 북채와 같고 신하는 북과 같으며, 신하의 재능은 마차와 같고 그의 임무는 마차를 끄는 말과 같다고 했다. 각각의 직분을 다하면서 서로 협조해야 나라가 편안해 진다

협치란 반대이거나 상대의 모든 것을 함께하는 것이고 통합이란 나와 너, 그리고 다른 성향의 사람들과도 어우러져 하나가 되는 것이다. 나를 버리고 상대를, 나의 욕구를 자제하고 반대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을 대동단결 또는 화합, 그리고 지공무사(至公無私)라 한다.

어쨌든 사적인 마음에서 공적인 마음으로 전환하지 않은 이상 협치와 통치는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역사를 왜 거슬러 올라가려고 하는지, 지나간 과거를 추적한다면 자신의 억울함과 서러웠던 과거로 회귀하게 된다. 세월은 과거로 가는 것이 아니라 미래로 가고 있는데, 생각은 지난 일을 일삼고 있다.

세월은 빠르게 흐른다. 5년 후면 또 다른 정권이 들어설지 누가 알랴? 나의 덕치가 남의 거울이 된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소인배들은 이기적이고 사적인 욕망을 가진 동물이다. 순리대로 물의 흐름을 법으로 삼아 바르게 국정을 운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보수와 진보의 갈등을 끝내고 분열과 갈등의 정치를 바꾸겠다”고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말했다. 하지만 취임 3주년을 맞는 지금 야권을 상대로 한 협치는 사라지고 극한 대립만 격해지고 있다. 한국 사회의 고질병인 지역 갈등도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정치권에선 대통령과 여당이 ‘마이웨이'식 국정 운영과 ‘배제의 정치'를 이어갈 경우 협치와 국민 통합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이런 국정 기조로 경제·외교·안보 등 전방위에서 몰려오는 위기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적지 않다.

협치와 통합 외엔 길이 없다. 나라는 촛불과 태극기, 이념과 세대로 갈기갈기 찢겨 있다. 서로 삿대질하는 나라에 미래가 밝을 리 없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은 간단하다. 잘되는 부분은 유지하고 모자라는 부분은 개선하면 된다. 분열과 대립을 끊어내고 대통합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말로만 ‘100% 대한민국’을 외치면서 독선과 불통으로 일관한 배제의 정치를 끝낼 수 있다. 그게 새 정치고 시대정신에 맞는 정치개혁이다.

모두 합심한다면 안 될 일이 없다. 이것이 바로 협치의 매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