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방치 송현동 부지 ‘숲ㆍ문화공원’ 만들자
15년 방치 송현동 부지 ‘숲ㆍ문화공원’ 만들자
  • 이승열
  • 승인 2019.06.12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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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로구, 경복궁 옆 송현동 부지 활용 토론회…김영종 구청장, 원래 모습 ‘소나무숲’ 복원 강조
3일 열린 ‘경복궁 옆 담장 너머엔 뭐가 있을까? 송현 숲·문화공원 조성 토론회’에서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왜 숲·문화공원인가?’에 대한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3일 열린 ‘경복궁 옆 담장 너머엔 뭐가 있을까? 송현 숲·문화공원 조성 토론회’에서 김영종 종로구청장이 ‘왜 숲·문화공원인가?’에 대한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시정일보 이승열 기자] 경복궁의 정문 광화문에서 율곡로를 따라 창덕궁 방향으로 걷다보면 왼편으로 길게 이어진, 높이 4m에 달하는 담장을 만나게 된다. 많은 시민과 관광객들이 그 안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 하며 이곳을 지나친다. 

하지만 담장 안쪽은 아무것도 없는 빈 땅이다. 3만6642㎡에 달하는 나대지가 잡초가 무성하게 자란 채 15년이 넘게 방치돼 있다. 

종로구(구청장 김영종)가 시민 및 전문가와 함께 이 송현동(松峴洞) 부지의 활용 방안을 찾는 자리를 마련했다. 11일 오후 3시 트윈트리타워에서 ‘경복궁 옆 담장 너머엔 뭐가 있을까? 송현 숲·문화공원 조성 토론회’를 개최한 것. 

이날 행사는 김영종 구청장과 정세균 국회의원, 시의원, 유양순 의장을 비롯한 구의원, 주민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토론회는 김영종 구청장의 ‘왜 숲·문화공원인가?’, 홍순민 명지대학교 교수의 ‘송현의 의의와 활용방향’ 등 두 가지 발제에 이어, 송현동 부지의 활용방안에 대한 패널토론으로 구성됐다. 

김영종 구청장은 “송현은 조선왕조실록 태조실록에서 가까이 있는 인가를 철거할 것을 명했을 정도로 국가에서 보호하는 울창한 숲이었다”면서 “이곳을 숲과 문화공원으로 되살려 시민에게 되돌려주고 복잡한 서울 도심의 숨통을 틔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구청장은 도시 숲의 효용성과 서울시 1인당 도시숲 면적이 전국 최하위라는 점을 강조하며, 송현동 부지에 도시 숲 조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홍순민 명지대 교수는 “이곳은 원래 백악과 응봉 사이 휴암에서 맥이 내려온 언덕이며 경복궁의 동쪽 외원으로서 거주·경작, 시설물 설치가 금지됐던 곳”이라며 “송현의 원래 지형과 근본적인 취지를 건드리지 않고 ‘공공성’의 원칙 아래 보존과 활용 방안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송현동 부지는 일제 치하 윤택영의 소유였다가 1918년 조선식산은행으로 넘어가 직원 사택 부지가 됐다. 광복 이후 미군정 소유가 돼 미국대사관 직원숙소 터로 활용됐다. 이어 지난 2000년 삼성생명에 매각됐고 2008년 대한항공이 다시 삼성생명으로부터 인수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2009년부터 이 땅에 7성급 관광호텔 건립을 추진해 왔으나, 서울교육청은 학교 학습환경을 해친다는 이유로 불허했고, 종로구 역시 학교환경위생 정화구역으로 호텔 건축허가를 내줄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이 부지 바로 주변에는 덕성여중·고, 풍문여고 등 학교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관광진흥법까지 개정하며 적극적으로 호텔 건립을 밀어부쳤으나, 여론의 강한 반대에 부딪히며 흐지부지됐다. 대한항공은 행정소송까지 제기했지만 지난 2012년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후 개발 의지가 꺾인 대한항공은 올해 2월 부지 매각을 발표했다. 

종로구는 지난 2010년부터 이곳에 숲·문화공원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해 3월 대한항공이 관광호텔 건립 사업계획 승인을 신청했을 때에도 구는 송현동 부지 입지 특성상 공익적인 토지 이용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올해 2월 대한항공의 부지 매각계획이 발표된 이후에도, 시민을 위한 공원 조성이 필요하다는 방안을 주장해 왔다. 

김영종 구청장은 “송현동 부지의 난개발을 방지하고 역사적·문화적 가치를 되짚어보고자 자리를 마련했다”면서 “이곳이 시민을 위한 소나무숲으로 복원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