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앞/ 어진 사람은 자리를 이용해 재물을 모으지 않아
시청앞/ 어진 사람은 자리를 이용해 재물을 모으지 않아
  • 시정일보
  • 승인 2019.06.13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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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일보]仁者(인자)는 以財發身(이재발신)하고 不仁者(불인자)는 以身發財(이신발재)니라. 未有上好仁而下不好義者也(미유상호인이하불호의자야)요, 未有好義其事不終者也(미유호의기사불종자야)요, 未有府庫財非其財者也(미유부고재비기재자야)니라.

이 말은 大學(대학)에 나오는 말로서 ‘어진 사람은 재물을 사용해 자신을 일으키고 어질지 못한 사람은 자신을 이용해 재물을 일으킨다. 윗사람이 인을 좋아하는데 아랫사람이 의를 좋아하지 않은 적은 없었으며 의를 좋아하는데 그 일이 좋은 끝맺음을 보지 않은 적은 없었으며 인과 의를 따라 행해서 창고의 재물이 자신의 재물이 되지 않은 적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재물을 사용해 자신을 일으킨다 함은 재물로 민심을 사고 파는 따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재물을 혼자 독점하지 않고 만인과 공유해 덕망을 얻는다는 것이다. 자신을 이용해 재물을 일으킨다 함은 오로지 재물을 쌓는 것에 급급해 자신을 돌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높은 자리에 앉아 그 권력을 이용해 재물을 긁어모으다가 자리를 욕되게 하고 자신을 망치게 되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되는데 이런 것이 자신을 이용해 재물을 일으키는 것이다. 윗사람이 재물에 욕심을 두지 않고 오직 인으로 아랫사람을 대하면 아랫사람은 의로써 충성을 다한다. 의로써 충성을 다하면 웃 사람이 하고자 했던 일은 자연히 좋은 끝맺음을 보게 된다.

작금에 들어 부산항운노조의 구조적인 채용·승진 관련 비리가 적발돼 우리를 경악케 하고 있다. 검찰은 최근 4개월간 수사에서 전 노조위원장 2명을 포함한 항운노조 관계자 18명, 터미널운영사 직원 4명, 일용직 공급업체 대표 2명 등 모두 31명을 적발해 16명을 구속기소하고 15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전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 14명은 항운노조 가입·승진·정년 연장, 일용직 공급, 신항 전환배치 등 취업 및 인력공급 전반에 걸쳐 모두 10억여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가입 때 3000만원에서 5000만원, 조장·반장·지부장 등 단계별 승진 때 2000만원에서 4000만원씩을 챙겼다고 한다. A씨는 6년간 내외부의 청탁을 받아 항운노조 간부의 친인척 등 외부인 105명을 조합원인 것처럼 올려놓고 근무 여건이 좋은 부산신항의 업체에 취업시켰다고 한다.

채용·승진 비리는 기회균등과 공정성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흔드는 중차대한 범죄이다. 정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노동계 전반에 대해 만연한 채용·승진 비리를 발본색원해 일벌백계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노조의 인사 개입이 비리의 원천으로 드러난 만큼 이를 제도적으로 봉쇄하는 방안 등 특단의 개혁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