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수관로 부분굴착’ 서울 하수관로 정비 일대혁신
‘하수관로 부분굴착’ 서울 하수관로 정비 일대혁신
  • 김해인
  • 승인 2019.06.20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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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악구 ‘하수안전’의 달인 치수과 이성연 하수팀장
단면 보강 거푸집과 폐공캡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성연 팀장.
단면 보강 거푸집과 폐공캡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성연 팀장.

 

땅꺼짐 현상 주범 ‘낡은 하수관로’

세계최초 ‘부분굴착’ 신공법 개발

전체굴착 보다 예산절감·기간단축

전국서 벤치마킹, 대통령표창 영예

‘폐공캡 특허’ 등 지재권 구청에 넘겨

공무원으로 일하며 배워 ‘국민이 주인’

 

[시정일보]시민 두 명이 걷다가 갑자기 땅이 꺼져 바닥으로 추락한 용산 싱크홀, 다른 말로 ‘땅꺼짐' 사건은 오늘날까지 회자되고 있다. 더 이상 땅이 안전하지 않단 걸 모두가 알게 됐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선 2013년부터 매년 ‘땅꺼짐'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 원인 중 하나가 낡은 하수관로다. 낡은 하수관로에서 새어나온 물이 주변의 흙을 침식시켜 땅꺼짐 현상을 일으킨다. 하지만 관악구에서만큼은 땅이 꺼질까하는 걱정을 잠시 접어둬도 좋다. 관악구청에 하수안전의 달인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치수과 이성연 하수팀장이 그 주인공이다.

이 팀장은 2017년 ‘신개념 하수관로 부분 굴착 교체 공법'을 발명하며 구를 넘어 서울시 하수관로 정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었다. 여태까지의 하수도 정비는 맨홀과 맨홀 사이 구간에 문제가 생기면 관을 전부 다 들어내고 전체를 교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 팀장이 발명한 새로운 공법은 굳이 하수관로를 다 들어낼 필요가 없다. 문제가 생긴 곳만 들어내고 신규 관을 설치, 이음부에 보강용 거푸집을 장착해 모르타르를 주입하면 끝이다. 이 팀장의 새 공법은 세계 어디에도 없는, 그야말로 ‘신개념' 공법이라 큰 화제가 됐다.

이 팀장은 신개념 하수관로 부분굴착 개량공법에 대해 “세 곳 정도가 부식된 하수관로 전부를 들어내 50m를 개량할 시 공사비가 5500만원 정도가 나오지만 새 방식으로 개량하면 1600만원으로 끝난다”며 “게다가 이전 방식으로 공사하면 일주일이 걸렸지만, 새 공법으로는 1.5일 정도면 끝나기 때문에 주민 불편 또한 대폭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도로함몰 예방사업에 이 팀장의 방식을 채택했다. 17년 하반기부터 일부 구가 이 공법으로 공사를 시작했고 18년도부터는 모든 구가 대부분 활용하고 있다. 또한 이 팀장은 신개념 공법으로 2018 중앙우수제안에서 전체 2위를 차지하며 대통령 표창까지 받았다.

이러한 개발엔 이 팀장만의 뒷 이야기가 있다. 대학에 다니며 20살에 공무원이 된 이 팀장은 22년 동안 공사부서에만 있었다. 이 팀장은 “힘들었지만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라 설명했다. 이 팀장은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2012년도에 시공기술사까지 취득했을 정도로 일에 열정적이다.

이어 이 팀장은 또 다른 엄마라 표현할만큼 애틋했던 누나를 2015년에 교통사고로 잃고 그 현장을 찾은 경험을 풀어놓았다. 이 팀장은 “현장에 가보니 도로구조가 잘못돼 사고가 났단 걸 알았다”며 “보완시설만 제대로 돼있어도 누나는 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했고 실제로 확인해보니 이미 전에 몇 번 사고가 난 적이 있었다고 했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 시기 청룡초등학교 근처에서 땅꺼짐 현상이 또 일어났다. 그때 이 팀장은 결심했다고 한다. “이대로라면 누군가의 가족이 다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이 팀장은 “도로함몰의 주범은 하수관로니까 그동안의 경험과 지식을 이용해 내가 예방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결론냈다.

하수관로 부분굴착 시공 현장.
하수관로 부분굴착 시공 현장.

 

그해부터 이 팀장은 2016년 말까지 1년 반 동안 개발에 착수해 배수관 연결구멍의 폐쇄를 막는 방법으로 도로함몰을 방지하는 ‘폐공캡'을 개발해냈다. 이 팀장의 첫 개발이자 특허작품이다. 이 팀장은 이 개발로 2017년 하수안전의 달인으로 선정된 바 있다.

열심히 개발한 특허권을 관악구청 앞으로 한 것이 아깝지 않았냐 묻자 이 팀장은 “이건 학교에서 배운 지식이나 기술사 공부한다고 나올 수 없는 아이디어”라며 “국민들이 고용해주셨고 월급을 줬고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지식으로 개발한 것이니 지적재산권은 국민들에게 있다”고 겸허한 모습을 보였다.

관악구청 황의석 치수과장은 “이성연 하수팀장은 현장에서 문제점을 발견할 시 근본적 해결대책을 직접 만들어 내는 데 있어 공법개발 또는 제도개선에 대한 실행 능력이 매우 탁월하다”며 “특히 이러한 창의적 행정을 동료 및 후배 직원들과 함께 공유하고 모두의 역량을 키워가는 모습은 형제자매의 우애 있는 모습을 보는 부모 마음처럼 흐뭇하다”고 칭찬했다.

현재 이 팀장이 개발한 폐공법과 하수관로 부분굴착 공법에서 쓰이는 제품들은 관악구청의 이름으로 판매 회사와 계약을 맺어 판매 중이다. 이 팀장은 “제품화가 돼 현장에서 쓰이는 것을 보면 내 새끼 같아 뿌듯하다”며 “공사 현장에선 아무래도 새로운 시스템을 거부하게 되는 경우가 잦은데 직접 써보신 분들이 참 괜찮다, 잘 고안했다 하실 때 보람이 넘친다”고 자랑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게 끝이 아니다. 현재 이 팀장은 하수도 공사 품질 저하의 주범인 물을 막는 ‘물막이'를 개발해 특허 출원과 제작을 끝냈다. 조만간 사전판권 계약이 되면 시중에 풀릴 예정이다. 벌써 세번째 개발이다. 이 팀장은 “처음엔 일년 반이 걸리던 것이 그 다음엔 3개월이 걸렸고 그 다음엔 1개월만에 끝났다”며 웃었다. 조만간 공사현장에서 이 팀장 표 ‘물막이'를 만날 수 있을 것 같다.

관악구는 3년 연속 행안부 하수도 평가에서 1,2등을 할 정도로 하수도에 대해 인정받고 있다. 이 팀장의 헌신적인 노력 덕분이다. 그동안 구의 하수관을 든든하게 지킨 이 팀장은 이제 하수도는 많이 개선이 됐으니 새 분야에도 도전을 하고 싶다 밝혔다.

“새로운 경험으로 견문을 넓히고 기회가 된다면 다른 분야에서도 개선을 해보고 싶다”고 말한 이 팀장, 히어로는 영화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안전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주는 이들이 바로 히어로다. 하수안전의 히어로 이 팀장의 새로운 출발을 응원해본다.

김해인 기자 / sijung19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