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이 만든 무더위쉼터 ‘동네 사랑방’ 됐네
주민이 만든 무더위쉼터 ‘동네 사랑방’ 됐네
  • 이승열
  • 승인 2019.07.0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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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황학동 주민센터 / 강의실 ‘무더위쉼터’로 단장
신선애 황학동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과 황학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 동주민센터 3층에 조성된 무더위쉼터에서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신선애 황학동장(앞줄 오른쪽 네 번째)과 황학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들이 동주민센터 3층에 조성된 무더위쉼터에서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주민이 제안하고 물품 기증해 꾸며, 주민봉사동아리선 ‘추억의 영화’ 상영

동 주민센터 시설 주민에 적극 개방, 주민공동체 활성화 계기 마련돼

옛 모습 많이 간직, 인정 넘치는 동네, 공무원들 “울고 왔다 울고 간다” 유명

 

[시정일보]중구 황학동(동장 신선애)이 동주민센터 강의실을 주민을 위한 무더위쉼터로 새롭게 단장해 주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황학동은 이달 3일부터 오는 8월말까지 두 달간 동주민센터 청사 3층 강의실을 무더위쉼터로 운영한다.

폭염 피해가 염려되는 홀몸어르신, 여인숙 등에 거주하는 취약계층 등을 보살피기 위한 조치이다.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문을 열고 폭염이 기승을 부릴 7월 중순부터는 휴일 없이 운영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동은 쿠션매트와 장판을 설치하고, 주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도록 베개와 정수기도 마련했다. 또 어르신들이 지루하지 않게끔 텔레비전도 들여놓았다.

이번 무더위쉼터가 특히 주목을 받는 것은, 주민의 제안과 물품 기부로 조성됐다는 점이다.

무더위쉼터는 강의실을 여름철 쉼터로 활용하자는 황학동 주민자치위원회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어 중앙시장 상인회에서 블록매트와 장판을 기증했고, 텔레비전도 한 주민자치위원이 선뜻 협찬했다. 무더위쉼터 꾸미기 작업도 주민들이 합심해 진행했다.

황학동 주민동아리인 ‘편한 세상을 꿈꾸는 사람들’은 무더위쉼터에서 주 1~2회, 어르신들을 위한 추억의 영화를 상영한다.

양재길 황학동 동정부팀장은 “이번 무더위쉼터는 주민 제안에서부터 시작됐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 “동주민센터 시설을 주민이 적극 활용하기 시작했다는 뜻으로, 주민공동체가 활성화되고 주민참여가 적극적으로 이뤄지는 전환점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황학동은 1만6000명 정도의 인구 중에서 1인가구가 절반이 넘는다. 최근 청년 1인가구도 늘고 있기는 하지만 역시 어르신들이 많다. 특히 중앙시장 쇠퇴 후 떠나지 못하고 그대로 자리를 잡은 노년층의 수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양 팀장은 전했다. 이 때문에 복지수요 역시 많은 지역이다.

양재길 팀장은 “황학동은 옛날 모습을 많이 간직하고 있지만, 그만큼 사람냄새가 나고 정이 많은 동네이기도 하다”면서 “중구 공무원들 사이에서는 ‘울고 와서 울고 가는 곳’으로 통한다”라고 귀띔했다. 발령받을 때는 열악한 환경 때문에 슬퍼하지만, 떠날 때는 주민들의 끈끈한 정 때문에 아쉬워한다는 것.

찾동 가정방문 시 어려운 주민을 위한 음식 전달 봉사는 황학동 주민들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관내 삼계탕집과 족발집에서 매월 닭 15마리, 족발 15개에 해당하는 식사를 기부해, 매월 2차례 있는 찾동 가정방문 때 삼계탕과 족발을 전달한다고 한다.

황학동은 ‘주민이 익숙한 동주민센터’를 목표로 여러 프로그램에 주민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젊은 주민들의 참여를 독려하기 위해 기존의 주민자치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단기 프로그램을 적극 발굴하고 있다. 9월부터 새로 운영하게 될 ‘전통주 담그기’, ‘커피(바리스타)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신선애 황학동장은 “황학동주민센터 무더위쉼터는 이웃끼리 배려하고 돕는 마을공동체의 소중한 가치가 담긴 결과”라며 “주민들이 무더위를 피하면서 행복을 나누는 문화사랑방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